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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와키스하다 Jun 26. 2015

유리벽

창동 예술촌을 거닐다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는 분이 전시회를 해 J와 창동을 찾았다.


창동, 16년 전 이곳은 번화가였다. 젊은이들로 넘쳤다. 네온사인이 밤을 밝혔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공동화를 우려해야될 정도로 쇠락했다. 새주인을 찾는 건물이 하나둘씩 쌓여만 갔다. 시에서는 활성화를 위해 보도블럭과 가로등을 바꾸고, 통술 골목길을 단장하고, 엘이디로 밤을 수놓았다. 하지만 상권의 이동은 그렇게 바지가랑이 억지로 잡아끈다고 끌어올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부림시장이 곁에 있어 최소한의 유동인구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마산의 명물인 코아양과에서 판문점까지는 참치전문점 등 몇 곳의 술집이 인기를 얻으면서 카피캣이 인근에 생겨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 덕분에 밤이되면 술집마다 제법 사람들로 붐빈다. 하지만 코아양과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상황은 심각하다. 낡은 건물들이 곳곳에 이가 빠진 듯 비어 있어 스산함을 감추기 어렵다.

그런 곳에 몇해 전부터 예술촌을 조성 중이다. 조형물을 설치하고, 벽화를 그려넣고, 삼일오를 상징하는 315개의 화분이 걸렸다. 창동예술센터가 리모델링 중이며, 곳곳에 작은 갤러리가 들어서기 위해 공사 중이다. 때문에 아직은 스산함과 어수선함이 공존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관심있는 작가의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갤러리를 찾기 위해 걷다보니 자연스레 눈길은 추억을 더듬고 있다. 숙취를 시나몬 듬뿍 올린 카푸치노로 달래며 창가에 앉아 몇 시간이고 담배 연기 뿌옇게 내뿜던 비자비, 이회창을 지지하던 형보다 나이가 적다는 게 억울했던 밤 술잔을 기울이던 민속주점, 오늘도 남자 세 분이서 오셨냐며 놀림 당하던 라이브바, 아침이 밝아 올 때쯤이면 들렸던 고갈비집, 개성 강한 은 장신구을 취급하던 은사랑이 있던 자리에 대한 기억이 길눈이가 되어 발길을 이끈다.

안내판을 보고 찾아 갔지만 반대 방향이다. 앉은 김에 쉰다고 길을 잘못든 김에 커피도 한 잔 했다. 베니베니, 몇 달 전 인근 부동산에 들렸을 때 이 곳은 장사가 잘된다고 들었다. 가볼 기회가 없었는데 우연이 인연을 만들었다.

입구 왼편에는 후지로얄 로스터기가 자리잡고 있는 로스팅실이 있고, 오른쪽 창가 쪽에는 단지가 몇 개 놓여있는데 추측컨대 생두보관용일 듯 하다. 미소와 몸가짐에서 일본인일 듯한 서빙을 하는 여자분은 역시나 발음에 고향이 남아 있다. 예의 일본인들의 그 단정하고 깎듯한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은 균형감 좋은 예가체폐를 한 잔 마시며 스페이스 1326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검색했다.

카페를 나와 학문당까지 올라가서 표지판이 가리키는 골목길로 들어가니 스페이스 1326이 있다. 암호 같은 1326은 그저 유리 사이즈라고하는데 바깥 유리창을 말하나보다.


세 평이나 됨직한 공간의 한 쪽 벽에 영상이 틀어져 있다. 공간을 침범하지 않고 유리벽 너머 영상을 그저 잠시 응시했다. 아직은 이런 공간에서 감상을 하는 게 참 낯설다. 뭔가 진지하게 숨은뜻을 상대의 의도를 찾아 숨바꼭질하듯 탐닉하는 표정을 지어야될 것만 같은 촌스러운 생각이 남아 있다. 느낌을 풀어낼 언어가 없는 이는 스스로에게 여전히 깊이를 강요하고있다.


아니 사실은 그냥 창 너머 공간에 홀로 서 있는 게 민망해서일 뿐이다. 수줍음 많은 팔로워는 그렇게 소리 없는 지지를 보내며 돌아섰다.


한 때 나래비 술집으로 유명했던 오동동의 복개천이 헐렸다. 공원이 들어선다고한다. 오동동에 조성될 공원이 창동의 예술촌과 함께 전국 8대 도시였던 옛 마산의 활력을 다시 한 번 불어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화시대의 흥청거리는 유흥이 아닌 문화의 힘이기를 바란다.



신미정 작가님의 세 번째 개인전 ‘RE.CONSTRUCTION'은 이달 28일까지 창동 예술촌 SPACE 1326에서 열립니다.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거리길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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