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통번역사가 받는 최초의 평가
석사과정을 채 마치기 전에 본격적으로 번역일을 하고 싶었던 나는 당시 유일한 채널이었던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의 번역 카페에 가입을 했다. 독일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한국의 통번역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 카페에는 내 기대보다 훨씬 많은 정보가 넘쳐났다. 구인/구직 정보, 경력자들의 작업 수기, 다양한 QnA, 심지어 업체 블랙리스트까지. 조심성 많은 성격 탓에 공부하듯 카페글을 읽고 또 읽고 난 후에도 여러 번역회사 중에 어디에 지원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저 가볍게 경험 삼아 지원해본다 생각한다면 전혀 부담이 없는 프리랜서인데 말이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해서 고른 딱 한 군데 번역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첫 샘플 테스트를 경험하게 되었다. 기억이 정확 치는 않지만 업계 평균에 속하는 A4 용지 반 페이지 남짓한 분량의 기사를 번역했던 것 같다. 알고 있는 표현도 일일이 사전을 다시 찾아보고, 검색해서 확인하고, 제출하기 전까지 고치고 또 고치기를 거듭했다. 마지막으로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가장 가까운 한인 유학생 친구에게 번역본을 읽어봐 달라고 부탁도 하고... 공대생이었던 나에게 본 투 비(born to be) 문과생인 그 친구가 가장 믿을 만한 조언 상대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나치게 분석적인 나의 문체가 번역에 있어서 다른 고민거리가 되었고 지금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그 짧은 번역문에 지금은 절대 그럴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고민했던 덕분일까 나는 그 샘플 테스트에서 더없이 좋은 평가를 받고, 수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업체와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나름 여러 담당자들의 믿는 구석이 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