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산업 관측기> Vol.01
2026년 새해 맞이 기념 <버추얼 산업 관측기> 시리즈로 브런치 첫 포문을 열고자 합니다.
버추얼 산업, 특히 K팝과 결합하며 이목을 끌고 있는 국내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남자 버추얼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팬덤]에 관한 이야기.
현재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지붕 아래에는 두 개의 기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여성 팬덤이 연령별로 각각 다르게 분포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목차
1. 하나의 지붕, 두 개의 기둥
2. K팝 엔터의 이유 있는 도전
3. 1020과 2030의 입맛이 다르다?
4. 그 이유는?
5. 마무리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앞서 가볍게 짚고 가자면, 우리나라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2개의 갈래로 나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버추얼 아이돌
이들은 전통적인 K팝 아이돌 산업의 시스템을 따르는 데 충실합니다. 음악 방송이나 연말 시상식 무대에 오르고, 버블을 통해 소통하거나 영상 팬 사인회로 팬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스트리머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버추얼 아이돌입니다.
이들은 버튜버 시장과 기존 스트리머 시스템을 뿌리로 두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곡(앨범)을 발매하고 버블과 유사한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중심축은 인터넷 방송에 있습니다.
보통 업계에서는 하나로 통칭하지만 본 글에서는 엄격히 구분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회사에 소속되어 앨범을 발표하고 아이돌로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시스템부터 주 콘텐츠, 타겟 니즈 등의 측면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래부터는 편의상 [버추얼 아이돌], [버튜버 아이돌]이란 명칭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버추얼 아이돌을 알고 있다" 54.2%
"버추얼 아이돌 음악을 들어본 경험이 있다" 71.6%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5 음악 이용자 조사』 100p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절반 이상이 "버추얼 아이돌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 아이돌의 존재를 알고 있고 심지어 그 중 71.6%는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의 주변에 버추얼 아이돌이 뭔지 아는 지인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음악까지 들어봤을 거라는 뜻이지요.
연령별로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10-30대 남녀의 <버추얼 아이돌 인지 및 음악 감상 경험>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버추얼 아이돌 인지>
20대(80.3%) / 10대(67.7%) / 30대(63.7%)
<음악 감상 경험>
10대(86%) / 20대(72.4%) / 30대(70.7%)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5 음악 이용자 조사』 100p
버추얼 아이돌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건 20대, 인지자 가운데 노래를 가장 많이 들어본 건 10대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버추얼 아이돌 음악을 감상할 의향>도 10대가 가장 높았고요.
2024년 8월 갤럽 조사*에서 버추얼 아이돌 인지도가 51%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반적인 인지도가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스타뉴스
다만 설문지 내 예시 사진으로 플레이브, 이세계 아이돌, 메이브, 이터니티가 삽입되었다보니 응답자가 AI 가수와 버추얼 아이돌, 버튜버 아이돌을 구분하지 않고 응답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AI 기술은 버추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버튜버 시장의 성장은 높게 점쳐지는데, 다가올 버추얼 네이티브 세대는 가상 아이돌을 더욱 더 향유할 것으로 보이니, K팝 업계에서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요.
"기존의 케이팝 아이돌 기획사들도 버추얼 아티스트 팀들을 준비하는 회사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오한기, NAVER 미디어 프로덕션 기술 담당
실제로 업계 관계자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중소 엔터는 물론이고 대형 엔터 자회사들도 버추얼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ex. 블루개러지, 스튜디오리얼라이브, 큐브 엔터 등)
그 외 다수의 제작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딜레이되지 않는다면 2026년에는 다양한 버추얼 신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재 국내 버추얼 시장에서 1020 여성은 버튜버 아이돌을, 2030 여성은 버추얼 아이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먼저 10대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동영상 미디어를 살펴봅시다.
올해 메조미디어 조사에 의하면 10대 여성은 틱톡(9%)보다 치지직(12%)을 더 시청한다고 합니다.
1+2+3순위 응답이라는 점에서 [자주 사용하는 동영상 앱 TOP3]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틱톡이 일시적으로 밀려났다 해석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치지직 이용률이 틱톡을 상회한다는 결과는 일견 놀랍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2024년 조사와 비교했을 때, 틱톡이 35%→9%, 트위터가 50%→35%로 크게 하락한 반면 치지직은 12%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견고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함께 치지직을 선택한 20대 여성은 3%→7%로 늘어났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달리 치지직은 선택적인 앱입니다. 인터넷 방송에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우연히 방문할 일은 없다시피 할 만큼 방문 목적이 필요한 장소지요.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사족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치지직은 각종 영화제, 스포츠 경기, MAMA와 같은 빅 이벤트 컨텐츠를 확보해 '같이보기'로 유입 전략을 취하곤 합니다.)
분명 치지직에는 사용자를 유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존재했겠지만, 그 원인을 오직 버튜버 아이돌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버튜버를 핵심 콘텐츠로 삼는 플랫폼에 1020 여성이 유입되거나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버튜버 아이돌도 유의미한 동력으로 역할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순 있겠습니다.
범위를 좁혀서 구체적인 케이스를 살펴봅시다.
인기 버튜버 아이돌 그룹 스코시즘이 <2024 연말결산>에서 공개한 채널 시청자 분석은 아래와 같습니다.
1020이 압도적이고, 20대 중에서도 초중반(20-24세)이 중후반(25-29세)의 2배가 넘습니다.
실제로 버튜버 팬덤 내부에서 느껴지는 체감도 비슷합니다. 비단 위 그룹뿐만 아니라 여러 팬덤에서 고등학생~대학생인 팬들이 다수 보입니다. 방송 중 19금이 걸리면 시청자 수 1/3이 즉각 감소하기도 하고, 팬카페나 시청자 참여 컨텐츠에 학생인 것이 드러나는 얘기들이 쉽게 보이곤 합니다.
버튜버를 즐겨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남자 버튜버는 1020 여성 팬이 많다는 것이 정설. 그래서 시청자 통계가 2030으로 나올 경우 평균 연령대가 높다고들 평합니다.
반면 버추얼 아이돌은 콘서트 예매자 통계를 참고했을 때 10대가 소폭 늘어난 추세를 보이지만, 2030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특정 그룹들의 통계로 일반화 할 수는 없겠습니다. 버추얼 팬덤을 전수조사한 자료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아 이와 같이 추정할 수밖에 없을 따름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인 경향성은 위에서 드라마틱하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왜 이런 양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버추얼 아이돌은 K팝 산업의 문법에 따라 높은 구매력이 요구되고, 자연스럽게 경제력 높은 팬들이 많아서?
버튜버 아이돌은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낮게 요구돼 학생과 사회초년생 미만이 향유하기 좋아서?
딱히 납득되는 논리는 아닙니다. 그걸론 (티켓값이 날로 치솟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는 수많은 10대 팬들을 설명할 수 없고, 버튜버 팬들도 기념일이나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굿즈를 모으고 팝업에 가며 덕질하니까요.
포인트는 익숙한 놀이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으로 생각해봅시다. 왜 버튜버 아이돌을 덕질하는 30대는 많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대다수의 30대에겐 K팝이란 문화 컨텐츠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들이 10대일 때는 덕질 대상이나 되고 싶은 직업으로 인터넷 방송인을 손꼽는 일이 흔치 않기도 했고요. <30대부터는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듣지 않는다>는 연구가 비단 음악 취향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버추얼 네이티브란 말을 듣는 10대는 버튜버에 익숙합니다. 단순한 시청에서 나아가 제페토나 리얼리티 같은 앱을 통해 직접 버튜버로서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어린 연령대의 사용자들을 만나서 '버추얼과 실제를 너는 어떻게 구분해?' 이런 것들을 많이 여쭤봤는데, 되게 놀라운 건 구분을 잘 안 하더라고요."
- 오한기, NAVER 미디어 프로덕션 기술 담당
하지만 이러한 연령별 분포를 고정불변의 수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상 형태의 아이돌에 익숙한 10대는 버추얼 아이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현재 버추얼 아이돌 문화를 향유 중인 30대도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버튜버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으니까요.
현재까지 국내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어떻게 흘러 왔을까요?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보다는 새로운 패키징으로 K팝에 편입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모험적인 시도를 해보는 곳들도 있지만 타겟이 전통적인 K팝의 틀을 벗어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신기술에서 탄생한 분야임에도 의외로 타겟은 보수적인 경향을 띄고 있고, 이에 파격적인 실험보다는 이미 검증된 길을 따르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큽니다.
'버추얼 형태의 아이돌'이 K팝과 버튜버 산업의 교집합으로서 어느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장르로서,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재미와 가능성을 선보임으로서 넥스트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무사히 안착한 K팝의 궤도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이세계 아이돌과 플레이브의 시작점에는 성공 방정식이 없었습니다. 스트레스 덜 받으며 꽃길 덕질하고 싶어서 대형 소속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팬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여전히 언더독 서사에 열광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새로운 장르의 역사는 이제 시작된 참입니다. 비록 답을 찾는 과정이 수고스럽더라도, 앞으로 나타날 라이징 스타의 첫 삽을 함께 뜨고 싶어하는 이들은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답을 향한 길은 왕도(王道)가 아니라는 데 한 표 던집니다.
선을 그으면 넘기 두려워진다.
울타리를 치면 그 안에 갇힌다.
덧붙여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버추얼 아이돌이란 장르가 현재의 형태로 고착화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술은 점점 진화할텐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닫아둔다면, 미래의 우리가 즐길 수 있을 것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올해는 과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지 기대해봅니다.
<버추얼 산업 관측기> Vol.01
새터데이 지지
2026.01.01
222<.버얼 산업 관측기> Vol.01<버추얼 산업 관측기> Vol.01<버추얼 산업 관측기> Vol.01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