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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Jul 27. 2020

삶과 죽음

그곳은 어디일까

이 글을 쓸까 말까 며칠 동안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고민을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브런치에 내가 종종 글을 읽었던 어떤 작가님이 계신다. 내가 종종 글을 읽는 작가님이 그분 한 분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랬다. 특별히 그분의 글을 좋아했던 것도, 팬이라고 할 만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떤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종종 그분의 글을 읽고는 했었다. 그분은 자신이 지나온 삶의 여러 경험들을 글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지고 계셨고, 그 글이 때로는 짠하기도, 즐겁기도 하며 나에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한동안 브런치를 들어오지 못했다. 아니, 들어오지 못했다가 맞나? 들어오지 않은 것 반, 못한 것 반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사이에 나의 피드에 거짓말 같은 글이 남겨져 있었다. 


자신의 삶을 글로 유쾌하게 풀어내던 그분이 큰 병에 걸렸다는 것,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것.


마치 돌아가신 분을 적을 때처럼 그분의 이름 뒤에 날짜가 적힌 제목의 글을 보았을 때, 나는 여느 때처럼 그분이 유머러스한 글을, 제목부터 유머러스하게 남기셨나 보다 싶었다. 정말 그 정도의 가벼움으로 그 글을 클릭했고, 이내 스크롤을 내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분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지내던 딸이, 그 작가님의 부고를 전한 글이었다. 특별히 팬도 뭣도 아니었던 나는 그 글을 읽어 내려가며 조금은 울었다. 


이렇게 삶과 죽음이 가까웠던가. 물론 일을 하면서 매 순간 '실존'과 '현실'을 생각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열심히도 생각했는데,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어떤 작가님의 부고 소식에 나는 그 허망함을 더 생생하게 느꼈던 것 같다. 


이렇게 한 순간인 것을.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소식이라니. 이렇게나 죽음이란 것은 삶 속에 늘 함께하고 있는 것이었는데.  


차마 댓글도 남길 수 없었지만, 이 감정을 글로 남겨야 하나 그냥 묻어두어야 하나 오래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분도 어디선가 글을 읽으시겠지 라는 생각에 천천히 글을 적어본다. 


편안하고 행복한 곳에 가셔서 기쁨을 누리고 계셨으면. 그분이 남긴 삶의 기록들이 브런치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었으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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