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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령아 Feb 09. 2021

현대판 살롱에서

클럽하우스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군


토요일에 처음 가입을 해서 오늘이 화요일이니 4일째이다. 그리고 이번 주에(그러니까 처음 가입한 토요일을 빼고 일요일부터) 클럽하우스 어플을 15시간 9분을 사용했다고(낮 12시 기준으로) 아이폰 스크린 타임에 뜨네? 하루 평균 5시간 3분이라고... 휴대폰 전체 사용 시간은 지난주 대비 17%가 늘었다고 한다. 나는 사실 평소에 휴대폰 게임도 꽤 많이 하는 편이라 휴대폰 사용 시간이 결코 적지는 않은데 그 와중에 17%가 늘었다는 것도 놀랍고, 클럽하우스를 시작한 이후로 주로 하던 게임 어플을 한 번밖에 켜지 않았던 것도 놀랍다. 평소에 휴대폰 게임을 많이 했어도 충전기를 꽂아두고 휴대폰을 사용한 적은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충전기를 꽂아두고 클럽하우스 어플을 켜 두고 있는...


매력적인 SNS임은 확실한 것 같다. 원래도 나는 영상 매체보다는 오디오 매체를 선호하고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이었지만, 라디오는 사실 마음에 드는 DJ가 아니면 별로 듣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마음에 드는 DJ라고 해도 엄-청 좋아하지 않는 이상 게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듣기 마련인데,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라디오 같은 느낌인데 내가 원하는 주제의 방에 들어가서 들을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마음에 드는 주제를 선택해서 또 들어갈 수 있으며, 그렇게 옮겨 다니는 과정이 전혀 부담이 없다는(leave quietly는 참 세심한 세팅인 듯)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그 모든 대화가 원칙적으로 녹음이 금지되어있고, 실시간으로 순간 이야기하고 휘발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주식/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예의 있는 반말 방에 들어와서 계속 듣고 있는데, 누가 봐도 알만한 회사 대표들과 유명한 사람들이 스피커에 참여하고, 스테이지를 오르내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주식에 대해서도 나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반말 방이기 때문에 좀 어렵게 느껴지는 정보일지라도 훨씬 편안하고 친근하게 대화가 이어지기도 하고.


월요일 새벽에는 내가 평소 좋아하던 여배우들이 (하면서도 이 대화가 진짜 안전할 것인가에 대해 계속 걱정하였기 때문에 이름은 따로 밝히지 않겠지만) 방을 만들어서 정말 소소하고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하기도 하고, 웹툰을 그리고 인스타에서 유명한 작가님들과 창작자/창작물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유라 PD가 가입되어 있어서 박막례 할머니가 갑자기 등장하여 "이 밤에 다들 안 자고 뭐들하냐!"고 하시기도 하고 (ㅋㅋ), 어제는 낮/밤으로 노홍철님이 등장해서 화장실 상황(?)과 비데 무빙을 중계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ㅋㅋ). 아, 일요일 새벽이었나 Adam Grant와 Malcolm Gladwell이 '문학/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에서 잠시 머물기도 했고, (영어를 사용하는 방의 경우 한창 대화가 이어지는 중간에 들어가면 대화를 따라가기 좀 어려워서 시작할 때 같이 참여하는게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음,) 토요일 밤에는 카이스트 교수를 비롯한 학자들이 모여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에서 마치 컨퍼런스에 참가한 느낌으로 듣기도 했었다. 내가 스피커로 주로 참여하는 방은 반려동물 방이긴 하지만, 가끔 듣다가 중간에 너무 하고 싶은 말이나 질문이 있다면 잠시 스피커로 나서서 스테이지에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하고, 오늘처럼 그냥 리스너로 다른 일을 하며 라디오처럼 켜놓기도 한다. (어제는 우연히 모더레이터를 한번 해보기도 함.) 업무를 하면서 라디오 대신 켜놓는 사람들도 많은 듯.


[참고로 간단하게, '모더레이터'는 방을 개설하고 전체 방을 이끌어가며 진행을 하는 사람-스피커 혹은 또 다른 모더레이터를 지정하고, 스피커의 마이크를 끄는 것, 스테이지에 스피커를 올리고 내리는 권한을 가짐- / '스피커'는 방에서 마이크를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 / '리스너'는 그냥 방에 참여해서 듣는 사람 / '스테이지'는 스피커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어제 정재승 교수님이 다들 기대하시라고(?) 자신이 초대한 가수들을 이야기하며 곧 클럽하우스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도 있어서) 진짜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기도 하고 재미있고 신기하기도 하고.


TV나 라디오 등의 (요즘은 유튜브도) 방송을 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혹은 방송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유명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직접 듣고, 스피커로 스테이지에 올라가 직접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클럽하우스의 큰 장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원치 않으면 조용히 방에서 나갈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정보를 이야기할 수 있고, 어디가서 마음껏 하기 어려운 반려동물의 자랑을 팔불출처럼 하기도 한다. 새로운 형태의 social networking이고, 그 안에서 사회적 욕구 뿐만 아니라 지적인 욕구도 일정 부분 충족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공간인지.


보면서(들으면서) 세상에 똑똑하고 말 잘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도 들고, 그 사람들이 참 열과 성을 다해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 그런 부분에서 참 흥미롭기도 했다. 마치 이건 우연히 참여한 술자리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클럽하우스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얼마나 다르게 발달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이 분위기가 최대한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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