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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g Jun 14. 2019

뉴스는 일기다?

-MBC <뉴스데스크>로 뉴스 톺아보기

언젠가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중요한 뉴스라면 내 앞으로 오지 않을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어요. 뉴스에 관심을 두고 보지만,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처럼 들렸어요. 요즘 버닝썬 게이트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걸 보면 말이에요. ‘뉴스를 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해요. 이유는 있을 거예요. 뉴스 말고도 볼 게 넘치는 세상이죠. 뉴스가 재미없다고 볼 수도 있고요. 


그러다 생각했어요. 왜 뉴스를 보게 됐을까. 그러니까 이건 뉴스 시청자가 하는 뉴스 탐구생활 정도라고 볼 수 있어요. 뉴스엔 우리 사회가 있고, 때론 우리 삶도 담겨 있어요. 평소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를 뉴스를 보고 떠올리기도 하고, 혼자서 무심코 흘려보냈던 생각들을 붙잡을 때도 있어요. 뉴스에 담긴 재미와 의미를 알고 나면 뉴스가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MBC <뉴스데스크>로 뉴스 톺아보기(샅샅이 살피며 훑어본다는 뜻의 우리말이에요)를 시작하는 이유예요.


뉴스는 일기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일기를 쓰곤 해요. 일기를 쓰면서 알게 된 건 매일 반복되는 일상 같아도 똑같은 하루는 없다는 거예요. 어제 고민하던 일이 풀려서 오늘 먹은 밥은 유난히 맛있을 수도 있고, 책을 한 챕터 더 읽어서 어제와 다른 생각을 풀어볼 수도 있죠. 그렇게 생각과 감상이 쌓여요. 뉴스를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뉴스는 어쩌면 사회를 적어 내려가는 일기가 아닐까. 비슷해 보여도 다른 사건사고들,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면 매일의 진행 과정 등이 보도돼요. 때론 주목해야 할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기도 하죠.

뉴스는 사회를 적는 일기인지 모른다

그렇게 뉴스는 매일매일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일기를 쓰고 있어요. 몰랐던 소식을 알게 되고, 수면 아래 보이지 않던 사실들을 확인하게 될 때면 원래 알던 사회가 맞나 싶어요.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뉴스로 알게 되니까요. 6월 5일 뉴스데스크에선 부실한 안전 관리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를 다뤘어요. 구의역 사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가 아직도 생생한데 일터 안전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싶었죠. 뉴스가 말하지 않았다면 지나칠 일이었을 수도 있어요.

6월 5일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산재 사망사고


일기 안에 삶이 있다

뉴스가 기록하는 건 눈에 드러나는 문제들만은 아니에요. 뉴스를 들여다보면 ‘사람’을 빼놓고 말할 수 없어요. 내 이야기를 일기에 써 내려가듯, 뉴스는 ‘우리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MBC <뉴스데스크>엔 ‘당신이 뉴스입니다’란 코너를 보면 그래요.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내 삶 속 문제를 공유하는 창구인 거죠.

5월 7일 <뉴스데스크> 영재고 교육 현실 보도

지난 5월 7일엔 ‘영재고만 가면 미래 활짝?... 끝없는 학원 뺑뺑이’란 제목으로 영재고 교육 현실을 보도했어요. 영재고 학부모의 제보로 영재고 교육을 되돌아봤죠. 사교육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영재라 불리는 학생 대다수가 의대를 목표로 하는 현실. 사실 영재고의 현실로만 보기도 어려웠죠. 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게 최고라 말하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되길 바라니까요. 그 안에 학생들은 행복한 걸까. 모두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학생들의 미래가 걱정됐어요. 지나온 고교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뉴스를 보면서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죠. ‘당신이 뉴스입니다’ 안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함께 나누게 된 셈이에요. 


뉴스가 일기 쓰기를 그만둘 때

뉴스가 일기 쓰기를 그만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기 쓰기를 하루 멈춘다고 삶이 어떻게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뉴스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뉴스가 넘쳐나서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뉴스가 많아진 만큼 주목 경쟁은 심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어떻게 하면 눈길을 끌까 골몰하는 뉴스들이 많아졌죠. 인터넷만 봐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기사 제목들을 많이 봤을 거예요. 그중 제대로 말하는 뉴스가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혼란할 거예요. 정보는 넘쳐나는 데 취할 정보는 없고, 스쳐 지나가는 휘발성 뉴스들이 남겠죠. 

2017년 12월 26일, 27일 <뉴스데스크>는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뉴스가 일기 쓰기를 관두면 편해지는 이들도 있을 거예요. 숨길 게 많은 이들이죠.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들은 어디에다 문제를 말해야 할지 답답해질 거예요. 지난 10년 간 MBC 뉴스가 보도 참사라는 비난을 받은 건 뉴스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대다수가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덕분에 권력을 쥔 이들은 뉴스 뒤에서 웃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뉴스가 일기 쓰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물으면 그런 것이에요. 뉴스가 아니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이 외면받고, 나아가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고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 매일매일 뉴스가 일기 쓰기를 게을리 해선 안 되는 이유죠. 


뉴스가 우리들의 일기가 되려면

그렇다 해도 뉴스 보기가 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그런 말을 했어요. 지친 일상을 마무리할 때 뉴스를 보면 다시 피곤해진다고. 문제를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우리네 일상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3월 18일 <뉴스데스크> 엉터리 석면지도 보도에 앞서 보도 이유를 설명하는 왕종명 앵커

그렇다면 뉴스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남의 일이라면 한 번 듣고 말아도 ‘나의 이야기’라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뉴스가 뉴스로 남지 않게, 뉴스가 내 일기처럼 읽히도록 할 수 없을까. 뉴스 말하기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어요. 지난 3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된 ‘학교 엉터리 석면지도 보도’를 예를 들면요, 왕종명 앵커는 엉터리 석면지도를 보도하는 이유로 ‘아이들 건강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우리가 왜 이런 보도를 하는지 공감토록 한 것이죠. 석면이란 발암물질이 가득한 곳에서 공부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요. 그 심각성을 공유하자는 메시지였어요.


저널리즘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내러티브가 더해져야 해요. 뉴스 자체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제 속보나 단순 사건 발생은 SNS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런 소식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죠. 아무리 거대한 사건이라 해도 그 속엔 사람들이 있고, 그 사건으로 변화하는 삶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저 멀리 아득한 뉴스가 아니라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놓쳐선 안 되는 뉴스라면, 우리 모두의 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뉴스 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이제 뉴스를 함께 지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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