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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살기 Feb 27. 2023

사업준비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었던가.

세무사 친구와의 상담 -1부-

대략적인 구도를 잡고, 디테일을 주기 위해서 나는 세무사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이 친구는 대학 때부터 알게 된 친구인데, 좀 괴짜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세무사 같지 않다고나 할까?

옷 입는 것부터 행동거지, 대화주제까지 완전 특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 있는 유일한 세무사이면서, 친한 친구이기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다짐했다.


나 ‘야.. 너 성공했다. 강남에 이런 사무실은 임대료도 비싸지 않아?’

친구 ‘아냐, 1층이 비싸지 여긴 그렇게 비싸진 않아. 나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나 ‘그래도, 대단하다. 인정 ㅋㅋㅋㅋㅋ’

친구 ‘인정해 주면 받아야지. 콜 ㅋㅋㅋㅋ’


가볍게 근황토크를 하면서, 슬슬 본론을 꺼내어 들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게 된 이유, 그리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일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이야기했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이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 나도 모르게 사소한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 말이다. 예를 들면 몇 달 전에 내가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그전에 강아지 덕분에 알게 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 그렇다고 이 친구가 그 이야기에 대해서 별다른 코멘트를 하거나, 사족을 달지 않는다. 사실 나는 그 부분이 좋은걸 지도 모른다.

공감하는 척, 이해하는 척이 아니라, 그냥 들어준다. 이 부분이 내가 이 친구를 찾은 가장 큰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친구 ‘그럼, 사업을 하기로 마음은 먹었고. 배우고 있고, 사업장도 구했고?’

나 ‘아니, 아직 사업장은 못 구했고. 이제 돌아다니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친구 ‘그럼 아직 부동산 계약이나 인테리어는 구상만 하고 있는 거네?’

나 ‘그렇지. 너무 빨리 너한테 물어보러 온 거냐?’

친구 ‘ㅋㅋㅋㅋ 아냐. 지금부터 오는 게 사실 좋기는 해. 부동산 계약하고, 인테리어 시작하면 놓치는 것들이 좀 있지.‘

나 ‘그래? 부동산 계약부터 챙겨야 할 것들이 있어? 인테리어도?’

친구 ‘그럼~ 네가 하고 싶은 자리가 정말 좋은 자리라면 기존 임차인이 너한테 자리값 달라고 할 거야. 쉽게 말하면 권리금 같은 거지. 그것도 사실 세무상 필요한 처리가 있거든. 권리금 몇천만 원에서 몇억씩 주는데 그거 나중에 세금에서 못 써먹으면 너무 억울하잖아. 근데 보통 잘 안 챙기지.. 통상적으로 그렇게 한다라고 하거든..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그 자리에서 무조건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상황이면 세무처리하는 방향으로 네고 하라고 하고, 너무 좋은 자리라 포기하기 어려울 상황이라면 세무처리 없이 진행하라고 하기는 해.‘

나 ‘아.. 그런 것도 있구나. 생각도 못했다.’

친구 ‘몰라야지.. 그래야 내가 이런 상담을 하고 돈을 받지. ㅎㅎㅎㅎ’

권리금 세무처리 (강의안 중 일부 발췌)

친구는 이후로도 두서없이 질문하는 나에게 정말 귀중한 답변을 해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직원들이 회의실에 인사를 하러 들어왔다.


나 ‘뭘 직원들 인사까지 시키고 그러냐.’

친구 ‘뭐래. 퇴근시간인데 네가 안 가고 나 붙잡고 있으니까 인사하러 온 거 아냐.’


순간 민망함이 몰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질문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 또 모르니깐 말이다.


나 ‘아까 인테리어도 잘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건 무슨 말이야?’

친구 ‘인테리어의 경우 영수증을 못 받아서 세무상 손해를 받는 경우가 많아.’

나 ‘예를 들면?’

친구 ‘네가 2억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어. 그럼 너는 2억 원의 시설장치라는 감가상각자산이 생기게 되는데, 그러면 매년 같은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예를 들면 5년 동안 매년 4천만 원의 비용이 생기는 거지. 또 다른 말로 매출이 4천만 원이 생겨도 너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낼 수 있다는 거지.’

나 ’아~ 감가상각비!! 학교 다닐 때 들어봤어!! ㅋㅋㅋ 근데 저 인테리어를 감가상각을 못 할 수도 있어?‘

친구 ‘그렇지. 네가 법에서 정하는 증빙을 받지 못하면 감가상각을 못하게 되지.’

나 ‘법에서 정하는 증빙이 뭔데?’

친구 ‘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 신용카드영수증 요렇게 있지.‘

나 ‘아, 그것도 들은 거 같기는 하다. 알아야 할게 많네.’

친구 ‘아이고~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거다~ 네가 그거 다 알면 나는 뭐 하고 사냐, 짜식아~’

적격증빙의 종류 (강의안 중 일부 발췌)

9시가 되어서야 질문과 답변이 끝이 났다. 친구는 지쳐서 얼굴이 까매지고, 나는 궁금증이 해소되어 말끔해졌다. 맞다. 이 친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얼굴이 까매지는 걸 이제야 알았다. 예전에 고시반에서 공부할 때도 집에 갈때즘이면 얼굴이 시커메져서 어디 아픈 줄 오해를 할 정도였다. 그런 친구를 밥도 안 먹이고 이 시간까지 몰아붙였으니 순간 미안함과 민망함이 몰려왔다. 미안하다, 친구야. 나 내일도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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