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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살기 Feb 12. 2023

지하철, 첫 경험

서울의 지하철은 참으로 어렵다.

‘야, 나 내일 서울 간 데이. 내 서울구경 시키조.‘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나도 서울에 올라와서 겨우 집에서 학원가는 지하철 경로만 외우고 있는데, 서울구경이라니..

하지만, 나름의 루트를 짜보았다.

서울역으로 도착하는 친구를 만나 명동을 가서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동대문으로 넘어가 밀리오레랑 두타도 보고, 다시 홍대로 넘어가서 술 한잔 하는 코스.


서울역에서 친구를 만나 지하철을 타러 갔다.

그 당시 지하철 표

지금은 편리하게 교통카드만 있으면 지하철을 탈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매표소에서 저런 표를 사서 개찰구에 넣어야만 했다.


그 당시 나에게 매표소에서 표를 사는 것조차 큰 미션이었다. 촌놈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을 해야 하는데, 그 당시 나는 서울말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에 표를 살 때도 말없이 목적지만 말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 목적지 한 단어에도 사투리가 묻어 나오는데 말이다..


이런 내가 친구 놈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

표를 구입하고, 지하철을 탔는데 아니 이 녀석이 말을 하지 않는다.


‘니 와 말을 안하노.’

‘쪽팔린다. 사람 이래 많은데, 사투리로 말하면 다 쳐다볼 거 아이가.’


맙소사.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다니. 친구가 맞다.

자연스럽게 지하철에서 내려 개찰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는데, 친구가 나오질 않고 나만 쳐다본다.


‘와 안나오노.’

‘야, 내 표 사야 된다.’

‘머라카노. 아까 표 샀다 아이가.’

‘그건 아까 탈 때 썼다아이가!’


망할.

표를 넣고 다시 빼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

그 당시 지하철은 탈 때 표를 넣으면 위로 다시 나온다. 그걸 다시 챙기고 지하철을 타고난 뒤, 내릴 때 표를 넣어야만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었다.

나조차도 처음 겪는 일이라, 몹시 당황했다. 마침, 개찰구 끝에 공익근무요원이 있어 요청했다.


‘(최대한 서울말처럼) 저 친구가 표를 잊어버려서요. 어떻게 해야 돼요?’

‘이쪽으로 나오시면 됩니다.‘


친구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했더니,

울기직전의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면서 한마디 했다.

‘니 아니었으면 내 경찰서 갈뻔했데이.’


서울살이 20년째,

인생의 반은 고향에서 살았고, 나머지 반은 서울에서 살았다. 이제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20년 전 나에게 서울은 정말 어렵고 무서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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