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빗 Mar 22. 2019

[무비패스] 영화 '우상' & 결말해석

그날의 사고로 묶여 버린 세명의 우상


영화 '우상' 줄거리

한의사 출신 도의원인 '구명회 (한석규)'는 높은 지지도로 차기 도지사 후보로 예정되었지만,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집으로 싣고 온다. 구명회의 아내는 사고 차량과 시체를 수습하려 하지만 본인의 정치 생명이 더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키기로 한다. 하나뿐인 지체 장애인 아들을 잃은 '유중식 (설경구)'은 신혼여행을 함께 떠난 아들의 와이프인 조선족 '최련화 (천우희)'를 찾아 베일에 싸인 아들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몰입도 높은 초반

전반부 나오는 '우상'의 내용은 명확하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초반에 나오는 남녀 인물관계였다.

1. 구명회의 아들과 와이프
구명회의 와이프는 아들을 위해 사고차량과 시체를 처리해주고, 아들을 자수시키려는 구명회에게 피가 묻은 옷을 빨래 걸이에 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아들은 자수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그 차 아빠 꺼잖아'라며 아들이라곤 이해하기 힘든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이 없어 보이는 모습은 '사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데 그 와이프 역시 구명회와의 대화에서만큼은 감정이 정말 배제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아들이 사이코패스라면 분명 그 와이프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리라 생각된다.

2. 구명회와 그의 어머니
구명회는 심부름센터에 본인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그의 어머니에게 일을 부탁하고 집 명의를 넘겨주려고 한다. 이에 어머니는 '가족이라도 보지 않으면 남이다.'라는 말을 하지만 집 명의를 준다는 말에 쉽게 아들의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구명회에게 정치생명이 가장 중요하여 가족을 후순위로 놓듯 돈이 최우선 순위인 구명회의 어머니는 기꺼이 아들에게 도움을 준다. 구명회의 태도는 분명 어머니를 보고 그대로 배웠으리라 생각된다.

3. 유중식과 그의 누나
중식의 누나는 영화 초반에 계속 같이 살아왔던 것처럼 보이지만, 보험금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중식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중식은 아들이 죽기 전 보험금을 다 해지하였고, 이를 알게 된 누나는 실망하고 중식을 떠나게 된다. 구명회의 가족이 사죄를 하러 왔을 때 울며, 분노했던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중식은 아마도 살아오면서 누나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쌓지 못하였고, 보험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떠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련화의 등장으로 시작된 혼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남편의 죽음의 열쇠를 쥐고 있는 련화가 등장하고, 영화는 옴니버스라고 할 정도로 이야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자살 기도한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는 구명회와 조작된 자료로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사건을 알게 되었지만 구명회와 갑자기 화해하여 그의 정치도구가 되는 유중식. 중후반부 가면서 흩어져있던 퍼즐들이 모아질 것을 기대하였지만, 의문만 남기고 후반부로 넘어가게 된다.


결말 해석

개인적 해석입니다.

1. 부남을 죽인 범인은?
구명회의 와이프일 것이다. 주차장 cctv를 보면 구요한은 이미 망연자실한 상태이며, 영화에서 구남의 부검 결과 6시간 동안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볼 때 구명회의 와이프는 살아 있는 구남을 마주하고 그를 죽도록 방치하거나 죽였을 것이다. 또한 사이코패스적인 두 모자를 보았을 때 죄책감이 결여된 또한 설명이 된다.

2. 그날의 진실은?
교통사고가 날 부남과 련화의 신혼여행은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련화와 함께 있던 모텔에선 와인과 낙엽이 있던 것으로 보아, 성욕을 풀고자 했던 구남과 중국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곧 불법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날 련화는 서로의 목적에 충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칠곡군 왜관읍에서 외롭게 살았던 련화의 전남편이 갑자기 호텔로 찾아오고 아마 련화는 그를 절벽에서 밀어 죽였을 것이다. 이는 영화 초반 경찰이 구남의 시체가 아닌 익사한 시체를 보여준 것으로 설명이 된다. 그리고 cctv에 나온 련화의 도망치는 듯한 모습은 아마 도망치는 것이 아닌 전남편을 절벽으로 유인하려는 련화일 것이다. 련화가 전남편을 죽이는 동안 구남은 아마도 어두운 길로 나가 련화를 찾다 구명회의 아들의 차에 치이게 되고, 남편을 못 찾은 련화는 결국 부산으로 도망치게 된다.

3. 구명회의 마지막 연설
영화 마지막 장면에 구명회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쓰고 그의 앞의 프롬프터에는 그의 말을 해석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련화의 언니와 같은 화상을 입은 구명회는 그 화상을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며, 드라마를 완성시키고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화상으로 인해 입안의 혀가 붙어버려 성형을 해야 하지만 지지를 받기 위해 안 했다는 내용이 프롬프터에 나오는 장면은 소름 끼치기 충분했다.


나의 관람평: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흥행은... ★ (3개)

영화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출연진인데, 관람 전 걱정되었던 점 몇 가지를 꼽자면 역할의 스펙트럼이 좁은 한석규 배우와 최근 나온 영화에서 같은 연기만을 보여준 설경구 배우였다. 다행히 우려와 다르게 세 배우의 연기와 영화 초반의 빠른 전개는 관객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올려주었다. 특히 영화 중반 부분 납치에서 탈출한 천우희의 살기 어린 연기는 소름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중반에서부터 나오는 이해하기 힘든 연변 사투리,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 그리고 불친절한 영화 전개는 관객들에게 반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미리 예상하게 만들어 영화 내용을 혼란스럽게 하였다. 해서 비어진 내용을 관객들이 상상하며 채워 넣어야 하는 방식인 '우상'은 중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도와 '왜'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