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코넛 Sep 13. 2024

<애교>와 <칭찬>과 <오지랖>

삶에서 잃어버린, 되찾고 싶은데 어려운




비가 내렸다가 멈추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던 

양재동의 회동? 

이렇게 표현해 보니 갑자기 거창하다. 

성질이 같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간을 할애해서 

당면한 고민과 사회의 흐름으로 바라본 전망과 

과거 속의 행복한 기억을 소환했던 회포의 시간이었다. 


아침 8시에 집을 났다가 

밤 11시에 귀가하는 일은 고된 일이다. 

밖에서의 자투리 쉼은 크게 도움이 안 되었다. 

이런 부분도 내 성격 탓으로 돌린다.



덕분에 오늘은 게으름을 피워야지 했는데, 

루틴은 깨지지 않아서 정확한 시간에 기상한 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고 운동했고,

물 한 잔 마시고 집 주변을

산책한 후 돌아와 브런치를 먹으면서 

youtube <English Speaking Conversation Practice – UK & US>를 

보고 들으면서 영어 공부를 했다. 

굳이 공부라고 표현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문장이나 단어가 

영국과 미국에서 다른 부분을 위주로 다룬 게 매력적이다.




언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모두 잠재의식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났던 언어가 되돌아오려면 

회복 기간도 길다는 점을 난 이미 한 번 경험했었다. 

어를 대단히 잘하지도 못하면서 한국말이, 

특히 글로 쓸 때 이상하게 돌변해서 당황했었다. 

회복 기간이 아주 오래 소요되었었던 기억이 

매일 한 시간 정도는 

귀와 눈을 영어에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최고 지혜와 진리는 

우리가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가장 순수한 물과 같네. 

과연 내가 깨끗하지 않은 그릇에 그 깨끗한 물을 받고 나서 

그것의 깨끗함을 판단할 수 있을까? 

오직 자기 내면을 깨끗하게 할 때만 

자기 안에 받아들인 물을 

일정 수준까지 깨끗하게 지킬 수 있다네.”


-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발췌




내가 나의 하루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부터였다. 

그 이전까지는 하루 단위가 아닌 

학기 단위로 일상을 계획했었는데, 

갑자기 집에 묶여있는 시간이 길어진 덕분에 

하루의 24시간을 

이렇게 자잘하게 분류해 놓고 꾸준히 실행하면서 살았다. 

물론 가끔, 

계획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는 하지만 

그런 날이 이어져서 

원래의 루틴을 허물게 하지 못하도록 노력했다. 

덕분에 루틴이 바꾼 결과들은 매우 흡족했다.



내가 좋은 결과를 맺었고 행복을 맛보았다고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길을 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처한 환경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삶을 응시하는 자세도 다른 상황에서 

조언은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모두 표현하고 사는 사람도 있지만, 

최소한만 표현하는 사람과 

표현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야. 

인간은 항상 착각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겠지. 

인간들이 뭐가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할 때보다 

더 큰 착각에 빠질 경우는 없어.”


-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서 발췌



금요일엔 약속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선택한 고독의 날이다. 


고독을 벗 삼아 시간을 유영하다 보니 

과거에는 많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삶에서 멀찍이 밀려난 게 

<애교>와 <칭찬>과 <오지랖>이었음을 찾아냈다. 


그러나 어쩌나 


되찾는 일이 가능할지 장담이 어려운 영역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친 비를 바라보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