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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토 Oct 14. 2022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함께, 한 잔

어떤 행위를 매일 지속할 수 있으려면, 즉 어떤 습관을 들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경험 상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그 목표를 매일 달성해 성공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 의지의 강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강한 의지는 곧 약해졌으므로.


첫 번째 책을 읽고 두번째 책은 얇고, 활자가 크며, 사진이 많은, 하루키 에세이를 집었다. 어떤 책을 읽는가보다 한 주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에 집중하여 성공경험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다. 아무튼 술술 읽히는 하루키 에세이에 하물며 술에 대한 이야기라니, 부담이 전혀 없었다.


위스키 문외안이지만 술이 주는 감흥과 술 그 자체의 정취에 대해서는 나 자신만의 감정선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 하루키의 이 책은 내게 어느 호인과의 술자리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초면이지만 서로에 대한 소개는 없이 어떤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덤덤하게 풀어놓고, 상대의 술잔이 비었을 때 예의 있게 따라주는 행동들. 그런 정서로 일관하는 한 편의 여행기, 한 편의 시음기였다.


제목: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카테고리: 에세이

목표 독서량: 총 127쪽

독서 기간: 10월 10일~14일, 총 5일


[문장들, 단락들]

- 나는 그 방법을 실행해보았다. 레스토랑에서 생굴 한 접시와 싱글 몰트를 더블로 주문해서, 껍질 속에 든 생굴에 싱글 몰트를 쪼로록 끼얹어서는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으-음.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다.

- 분명 라프로익에는 라프로익만의 맛이 있었다. 10년 된 위스키에는 그것만이 가지는 완고한 맛이 있었고, 15년 된 위스키에는 15년 동안 숙성된 완고한 맛이 있었다. 모두 다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경박한 알랑거림 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중략) 대부분의 사람들은 싱글 몰트는 햇수가 오래될수록 맛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거든. 증류를 해서 더해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덜해지는 것도 있어. 그건 다만 개성의 차이에 지나지 않아.

- 바다에서 부는 거센 바람이 파릇파릇한 풀섶을 어루만지며 나지막한 언덕을 뛰어오른다. 난로에는 이탄이 부드러운 오렌지 빛깔을 내며 타고 있다. 알록달록 산뜻한 빛깔을 띤 지붕마다 흰 갈매기가 한 마리씩 내려앉아 있다. 그러한 풍경과 결부되면서, 술은 내 안에서 본연의 향을 생생하게 되찾아 간다.


[한줄평]

- 한 잔의 여행기, 시간의 시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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