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nJoHoie Apr 03. 2021

구조화: 논리적인 사고의 첫걸음.

구조적이라는 게무슨 말인가?

예전에 교수님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너희들은 구조적, 구조적인, 구조적으로 이런 말들을 자주 하는데 구조적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순간 뜨끔했다. 나는 구조적이라는 말을 그냥 질서정연한, 잘 정리된 정도의 뜻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님이 말을 이어갔다.


"구조적이라는 건 말이야, 큰 덩어리를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하게 하위 단위로 분류할 수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야."


"예를 들어보자. 집이란 걸 간단히 구조화하면 이렇게 되는 거지" 교수님은 칠판에 아래와 같이 간단한 리스트를 만들었다.


1. 집

    1-1) 공용 공간

        1-1-1) 거실

        1-1-2) 주방

        1-1-3) 발코니

        1-1-4) 화장실

    1-2) 개인 공간

        1-2-1) 안방

        1-2-2) 작은방       


판서를 끝낸 교수님이 물었다. "여기서 구조화한 기준은 뭐지?"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 "공간의 특징?"


몇몇 학생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렇지 거의 다 왔네. 그런데 말이야 공간의 특징이라고 하면 분류의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야. 그리고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은 구조화한 기준이 아니라 구조화의 결과물이지"


"만약 분류의 기준을 공간의 특성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특성"은 너무 추상적이지 않니? 사자를 사자가 아니라 고양잇과 동물이라고 정의한 거랑 비슷하지."


"또 개인 공간과 공용 공간은 분류의 기준이 될 수 없어. 분류의 기준이 '블랙 팬서와'와 '표범'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지 그 둘은 어떻게 나누지? 해부학적 구조, 외형 등 다양하게 될 수 있겠지만 그 기준이 블랙 팬서와 표범이 될 수는 없지 않니?"


"그럼 100점짜리 명확한 분류 기준은 알아서 생각해오도록."




교수님은 결국 100점짜리 분류의 기준은 알려주지 않으셨지만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명확하게 구조화할 수 있으면, 갖고 있는 하위 속성에 따라서 여러 개의 객체를 만들어 낼 수 있지."


개인 공간만 있는 집, 공용 공간만 있는 집,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이 다 있지만 발코니가 없는 집. 공용 공간은 모두 있지만 개인 공간 중 작은 방이 없는 집 등

"그리고 개인 공간인 안방도 구조적으로 분류할 수 있지"


2. 안방

    2.1) 침대

    2.2) 책상

    2.3) 의자

    2.4) 화장대

   

"여기서 안방을 구조화하는 기준과 집을 구조화하는 기준은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지?"


한 학생이 물었다.


"교수님 그러면 분류할 수 없으면 구조화할 수 없는 건가요?"


"그렇지. 구조화한다는 것은 한 객체나 유기체를 정한 기준에 따라 비슷한 성질의 그룹 A, B, C, D...로 분류하고, A, B, C, D도 다시 기준에 따라  A-a, A-b, A-c, B-a, B-b, B-c로 분류할 수 있을 때 구조화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니겠니?"




디자인으로 밥벌이를 하는 삶에서 '좋은 디자인'과 '평범한 디자인' 그리고 '나쁜 디자인'을 구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종종 이 이야기를 생각한다.  이상적인 프로덕트를 몇 가지 기준으로 하위 집합으로 분류하고, 그 하위 집합을 다시 하위 집합으로 분류한 이후에 몇 가지가 해당되는지 생각해본다.


이상적인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좋고 나쁨의 기준을 평가하는데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다.


저 분류 기준으로 대답해보자.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집은 어떤 집인가?

작가의 이전글 Css in depth와 Debugging Css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