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는 무창포 해수욕장이었다. 게국지도 먹고 쭈꾸미도 먹었지만 내 입엔 맞지 않았다.
해질녘엔 조개를 잡았다. 어떻게 잡는지 몰라 그야말로 삽질을 했다. 갈매기들이 헤쳐놓은 흙을 뒤적이며 갯지렁이 따위를 잡아 먹었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울었다, 아니 웃었나?
과수원에 금이 묻혔다고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더니 밭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는 욕심쟁이 형제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을에는 저 갯벌에 조개가 주렁주렁 열릴지도 모르겠다.
해가 넘어가는 쪽으로 구름도 몰려갔고 바닷물도 함께 빠져 나갔다. 빠져나간 자리로 어둠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그제야 우리는 조개 캐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었다. 모든 놀이가 그렇듯 재밌을 만하면 끝이 난다. 뒤돌아보니 돌아갈 길이 까마득했고 한편으로 까맣게 물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