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일학년담임 Dec 14. 2022

아이는 자기에게 '딱' 맞는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제 책 따위가 아니라 부모님의 고민입니




며칠 전 <착한 아이 버리기>가 4쇄에 들어갔다고 자랑했는데 그새 5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이 후기를 보내오시는데 다양한 내용이 있지만, 몇 가지로 추려보면 이렇습니다.


-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친절한 것 같다. 정작 부모인 나는 그 정도로 친절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남의 집 아이들에게 친절한 건 쉽잖아요. 월급 받는 대신 일한다고 생각하면 뭐 못 할 것도 없더군요 ㅋ 사실 저도 제 아이들에게 친절하지 못했어요 ㅠ)


-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답을 제시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해보려고 한다. (다 저 편하자고 그럽니다. 모르는 척하는 게 더 일일이 가르쳐주는 것 보다 편하잖아요. 그것도 모르냐고 욕 먹는 것도 참을만 합니다. ㅋ)


-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잘 파악하는 것 같다. 이런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고 싶다. (과연 우리 반 아이들(2학년)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이 후기 보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저기... 어떤 분이 선생님한테 너네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고 그러시는데... 너네도 그렇게 생각하니?"


"헐. 누가 그런 말을 해요? 제 정신 아닌 분인 듯."


"아니, 뭐... 혹시 너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해서..."


"(말을 끊으며) 쌤이 우릴 알긴 뭘 알아요. 어제도 나가놀지 말라 그러고, 오늘도 나가놀지 말라 그러면서."


"아, 맞아. 그랬지, 참."


"그니깐요. 근데 누가 그런 말을 하냐구요. 누가요."


"아니, 뭐... 어떤 분이 그러시길래 그냥..."


"그니깐 누구냐구요. 4반(옆반)샘이죠?"


"4반 선생님?"


"네, 선생님이 4반샘이랑 만날 얘기하시잖아요."


"아, 그런가?"


"그니깐요. 남들이 뭐라 그래도 막 믿구 그러지 말라니깐요. 팔랑귀 되면 어떡할라 그래요."


"팔랑...개비?" 


"아, 바람개비죠. 근데 그거 말구 팔랑귀요. 그거 되면 친구도 못 사귀고 공부도 못한대요. 그니깐 선생님도 조심하세요."


"아,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하마터면 팔랑귀 될 뻔 했네."


"공부 못하면 대학교 못 갈 수도 있으니깐요. 대학교 못 가면 바로 군대가야 되잖아요."


"군대?"


"네, 우리 아빠가 저더러 대학교 못 가면 군대 보낼 테니 말뚝이나 박으라 그랬으니깐요."


"말뚝?"


"네. 원사만 되면 말뚝 박아도 된대요. 우리 아빠가 이번에 원사 됐잖아요. 옆집 삼촌이 그러는데 우리 아빠 인제부터 망고땡이래요."


"망고땡?"


"편하다는 뜻이에요. 선생님도 우리 아빠처럼 원사 되면 좋았잖아요. 우리 아빠 부대 사병들은 아빠 말 잘 듣는다는데."


"와, 너네 아빠 좋으시겠다. 사병들이 말을 잘 들어서."


"그니깐요."


괜히 물었다가 핀잔만 들었습니다.ㅋ 어제(12.13)도 나가 놀겠다길래 미세먼지 경보라서 안 된다고 하고 오늘은 또 영하 12도라서 안 된다고 해서 우리 반 아이들 심기가 영 불편한데 눈치없이 이런 질문을 했으니 욕 먹어도 싸지요. 아이고, 못 놀아서 그런지 무슨 말만 하면 아주 저를 잡아먹을 기세입니다.ㅋ



#

잘 아시리라 짐작합니다만, 그래도 부탁드릴 것은, 제 책에 나온 사례를 그대로 독자님의 아이에게 적용하시는 건 신중하게 생각해 주십사하는 겁니다.


세상 일이 다 그렇겠지만 하나의 양육 방법이 여러 아이에게 같은 방법으로 적용가능한 경우는 없습니다. 뭐든 케바케(아니다, 아이 바이 아이?). 제가 소개한 방법이 독자님 아이의 정체성을 좋은 방향으로 키워줄 지 (또는 그것 또한 아이에게 훈육으로 받아들여져서 아이를 좌절시킬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세상 모든 아이가 다르듯 키우는 방법 또한 달라야 합니다. 


모든 아이는 자기에게 '딱' 맞는 양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결국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필요한 건 제 책 따위가 아니라 부모님의 고민인 셈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를 맡기는 일이 공산품 AS 보내듯 쉽고 간단하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