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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느 Dec 07. 2016

8,

   행복한 일상을 지내고 있다. 일상을 기록하려 쓰는 포스팅이 아니니, 사적인 것은 미뤄두기로 한다. 미뤄두어도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폴 서루가 그랬나. 글을 쓰고 싶다면 집을 나서라, 나가라? 그랬다. 별 세 개 추가 적립에 혹해 또 다시 스타벅스, 산본이다.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이 엄마는 친구를 만나고 있나 보다. 아이는 옆에서 패드를 들여다 보고 있다. 나는 이런 풍경이 안쓰럽다. 나라고 뭐 다르겠어 싶다가도 나라도 좀 달라야지 한다. 때로는 이런 다짐이 두렵기도 하다. 나는 내가 해왔던 말들을 떳떳하게 지키며 살고 있는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문장을 쓰는 일이 오랜만이다. 꾸역꾸역 혹은 뭐에 홀린듯 이야기 원고를 써냈지만, 지금도 쓰는 중이지만, 쓰다 말고 오랜만에 이걸 켜고 앉아 말이지만, 사실은 무언가를 쓰는 일이 귀찮다고 하려고 시작했는데 그것은 거짓이다. 절대 귀찮을 수 없다. 그보다, 무엇보다, 문장에 집중하는 쓰기를 마음 잡고 시작하며 많은 영향을 받은 시인 이준규가 문단 내 성폭력 추문에 휩싸이면서 그가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고 모든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자취를 감추고… 했던 일들이 나를 어지럽혔다. 나는 낙담했다. 툭 떨어지고 만 어떤 마음을 어떻게 해야 달랠 수 있는지 몰랐다. 그 모름이 조금 여전하다. 그가 내게 건넨 한 마디에 나는 모든 것에 가까운 무엇을 걸었는데 나의 모든 것에 가까운 무엇을 비롯한 모든 것이 부정 당한 느낌을,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안에서 문장이 써지는 것은 다행일까. 그럼에도 내 손가락이 이 창과 자판을 반가이 여기는 것은 과연 그럴 만한 일일까. 모든 가치가 부서지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좋겠지만, 좋겠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잡지 <더 멀리>에 원고를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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