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는 커서. 깜박이는 커서. 움직이는 손가락. 다섯 손가락. 손가락 열 개. PC검사 팝업창을 끄고 다시. 불편한 자세. 식탁. 식탁 위의 넷북. 넷북을 식탁에 올려 둔 채, 쓴다. 쓴다. 쓰기로 한다. 내내 근질거렸던 몸을 일으켜 식탁에 앉다. 종일 생각했다. 무엇을. 쓰기에 대해. 종일 쓰기에 대해 생각했다. 종일 쓰기에 관해 생각했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생각을 물고 생각은 생각에 그치기 쉽다, 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행동에 힘이 있다. 과연 그런가? 의문. 의문을 우선 접어두기로 한다. 생각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생각을 물고 생각은 생각에 그치기 쉽다. 반복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주변의 소음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방금까지 들리던 설거지 소리. 뉴스 소리. 흔들려, 이리 와 봐. 하는 소리.
재미가 없다고 느낄 무렵 배가 아프다. 하루 종일 배가 아팠다. 허리도 아팠다. 옆으로 누워고 아프고 바르게 누워도 아프고. 그래서 이 아픔을 뭐라고 쓸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종일 쓰기에 대해 생각할 때, 아픔을 쓰는 일에 대해 생각한 셈이다. 어떤 알갱이들이 뱃가죽 안쪽에서 북을 쳐대는 것 같다. 앞으로 뒤로. 앞으로 뒤로.
자꾸만 멈춘다. 멈추고 싶지 않은데. 생각을 좇지 않고 문장을 따라가지 않고 자꾸만 놓치거나. 다시 팝업창을 끄고. 방해를 받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집중하지 못하는 것인지. 도통 집중하기가 어렵다. 배가 아프다. 배가 아픈 것은 그냥 배가 아픈 것이다. 작은 알갱이가 북을 친다고 해도 그냥 아픈 것은 아픈 것. 지이잉. 자꾸 방해를 받는다.
어서 당신이 오면 좋겠다. 벚꽃나무 아래 당신. 벚꽃잎이 흔날리는 거리 위의 당신. 당신을 바라보는 나. 배는 여전히 아픈데, 따뜻할 것 같다. 따뜻함에 녹아들고 싶어.
여전히 관념적이다. 여전히 무엇인지 모른다. 즐겁지 않으면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끊임없이 뻗어나가는 일은 즐거워야 하는데, 이토록 무표정하기도 어려운데, 어쩐지 잘 풀리지 않는다. 여전히 무엇인지 모를 때도 나아간다. 여전히 무엇인지 모를 때도 쓴다. 계속. 다시 하나의 문장. 다시 하나의 문장. 다시 문장 하나에 집중한다. 집중한다는 말로 집중을 불러온다.
이런 주문 같은 말도, 주술 같은 의식도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문장이 나왔으면 하고 바란다. 생각이 많은 반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고 느낀 오늘이었다. 오늘이 아직 3시간 42분 남았다. 산수가 느려 앞의 문장을 쓰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산수가 느리다는 말이 맞나? 계산이 느리다? 나는 숫자에 약하다. 다시. 오늘이 아직 3시간 41분 남았다. 꽤 되는 시간. 무언가를 시작한다. 무언가를 시작했다. 무엇이 되었든 시작한 무언가.
오늘은 오웰의 <1984>를 조금 읽었다. 남은 오늘을 들여 조금 더 읽어야지. 읽은 텍스트와 더불어 뉴스는 나를 한숨 짓게 하기도 했다. 문장에 점점 예민해진다. 좋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어쩐지 그런 것이다. 어쩐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