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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느 Sep 28. 2016

5,

 사고 싶은 책과 필요한 책을 사러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고 싶다. 지금 당장. 아까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샀으면 될 것을, 내일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사면 될 것을, 왜 지금 사고 싶냐. 한 시간 전부터 이러고 있었다. 다른 책을 펴 들고 몇 장 읽다가,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기분에 또다시 사로잡혀―이것도 종일 그랬다― 넷북을 켠다.


  곧 시월이라니 놀랍다. 아직도 샌들을 신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내일은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유기농 친구들. 너희가 고팠다고 하는 말에 조금은 울컥했다.


  여전히 알라딘 생각뿐이다. 상태 봐서 살 책은 세 권 정도. 아까 온라인 알라딘에서 온 책 택배 중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모셔둔 책이 두 권이다. 그런데도 중고매장에 또 가겠다며 이러고 있다. 제발 좀. 언제 읽을래. 종일 집에 있었으면서 뭐 얼마나 읽었는지. 좀 더 치열해야 하는데. 깨작깨작 이 책 저 책 뒤적이듯 읽은 것이 다다. 즐거움을 위한 성, 여명, 곁으로. 아 너무나 부족하다.


  실은 저녁으로, 엄마가 사 올 거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봉 먹고 나가야지,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된 것이다. 이제 와서 보면, 먹으면 못 나갈 것 같고 안 먹고 나가자니 배가 너무 고프다. 다른 걸 먹어도 되겠지만 다른 걸 먹고 싶지는 않다. 무슨 임산부냐... 엄마의 탄생이었나, 그 책도 사야 하는데. 아무래도 큰일이다. 책 사다 나르는 일. 책이라는 물질에 대한 욕심. 앞문장에서 '에 대한'을 쓸까말까 망설였다. 결국 썼다. 음.


  오늘도 일기 같다. 오늘은 더 일기 같다. 흐름을 놓쳤거나 더 치열하지 못한 탓이다. 더 덤벼들어 써내려가야 하는데. 오후 3시에 시작하는 요가 수업에 다녀왔다. 강사 중 가장 친절하지 않지만, 뭔가 말이 이상하다, 그렇지만 가장 요가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문장이 이상하다. 선생님이 친절하지는 않은데, 요가 하는 기분이 든다. 가장. 강사가 친절하지는 않지만 가장 요가 하는 기분이 든다. 음... 그렇다. 정적이라서 그런가. 모두 기본적으로 정적이긴 한데.


  지난 번에 드레스를 고르러 갔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왼쪽 어깨가 자꾸 올라가는 습관이 있다. 올리는 버릇이라 해야 하나. 내가 하는 거니까? 무의식 중에 왼쪽 어깨가 자꾸 위로 올라간다. 의식하고 자꾸 힘을 빼서 어깨를 아래로 내리려고 한다. 신경 쓰는 것이다. 그러다 오늘 어깨에 가방을 멨는데, 아 이것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쪽 어깨로 가방을 멜 때 주로 왼쪽을 사용했는데, 그게 몸에 나타난 걸까 하고. 

  지난 밤에 잠을 잘못 잤는지 종일 목이 뻐근하다. 한 쪽씩 돌려보는데도 계속 아팠다.


  여전히 너무 일기 같다. 하지 않은 말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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