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헤라자데 Jun 26. 2022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4

간호대가 만만치 않구나.ㅜㅜ

2021년 1학년으로 입학했을 때 코로나가 한창 창궐할 때였다. 그래서 교양과목은 lms녹강으로 집에서 듣고 격주로 전공수업을 나오게 되었다. 반드시 kf 94 마스크를 껴야 했으며 덴탈 마스크를 쓰면 바로 태도점수 -5점이었다. 

전적대 학점을 인정받아 교양영어와 컴퓨터과목등등을 뺄 수 있었다. 간호철학과 역사 , 보건학 개론 , 등등의 전공들은 다 괜찮았는데 생명과 유전 같은 전공들은 진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생물과 화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 하는 멍때리는 연습하다가 수업이 끝나기 일쑤였다.


코시국이었기에 친구를 만드는 것도 어려웠는데 하늘이 보우하사 나랑 동갑인 거기다 내가 사는 동네에 같이 사는 만학도 친구 한명을 얻게 되었다. 나머지는 누가 누군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만학도 동기는 무척이나 똑똑하고 야무지다-참고로 간호대생 한 학년에 300명정도인데 5등 안에 드는 어마무시한 친구이다- 나는 그저 순딩순딩한 그런 사람인데 도무지 이과적 색채가 강한 그런 과목들은 이해도 안되고 암기도 잘 안되고 정말 책을 쥐어 뜯고 싶을 정도였다. ㅠㅠ


결국 한학기가 끝나고 나서 성적이 나왔는데 320명 중에 101등이었다. 그 생명과 유전만 잘 봤어도 좀더 석차와 평점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 어마무시한 친구는 그 친구도 뼛속까지 문과인 전공이었는데 이해가 안되면 몽땅 다 책을 외워 버렸다고 한다!!!!!!.아니 그 어려운 책을 어떻게 외우지? 정말 감탄하고 충격적이었다. 


1학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서 -나는 미혼에 형제가 3명이라 다자녀 장학금- 한시름 놓았다. 하지만 그건 1-1학기이고 1-2학기 들어오면서 인체의 구조와 기능이라는 대마왕을 만나게 되었다.


듣기로는 인체의 구조와 기능은 F제조기로 F를 맞는 학생이 거의 100명 가까이 되며 계절학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사보니 무슨 백과사전두께의 책이었고 읽어 보아도 이게 뭔 소리냐 할 정도였다.

거기다 의학용어라는 과목도 있었는데 다 외워놔야 했다. 나는 진땀을 뻘뻘 흘렸다. 물론 나는 매일 예습 복습 잘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생은 아니었고 벼락치기!!!와 찍신이여!!!!를 외치는 불량한(?) 태도의 만학도 대학생이었다. 

그런데 인체의 구조와 기능 1-줄여서 인구기-는 정말 어려웠다. 기초과목이라 반드시 습득해야 했는데 정말 어렵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왜 이렇게 암기도 안되고 힘든지....물론 나만 그런 것은 아닐텐데.... 중간고사 나온 문제를 보니 조사 빼고는 다 영텀이었다. 뭔 소린지도 모르고 문제 이해도 안되고 ... ㅠㅠㅠ 정말 울고 싶었다. 결국 1-2학기 때 간신히 인구기 F를 넘겼다. 교수님이 살려주신 것이라 굳게 믿고 어렵다고 투덜댔던 나 자신을 반성하며 교수님을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계절학기 듣는  학생이 80여명에 달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


겨울방학때는 동기와 함께 도서관에서 도서정리를 하며 40시간 봉사활동을 채웠다. 하루에 3시간씩 오후에 나와서 했다. 되도록이면 병원 봉사를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금지 되었다. 


2-1학기가 되자 인체의 구조와 기능 2가 기다리고 있었다. 학기 초에도 정말 코로나가 극성을 부렸지만 이번엔 교양빼고 모든 전공은 다 대면이 시작되었다. 거기다 교내 실습도 하게 되었다.

실습할 때 학번순대로 조를 짜서 한 베드당 4명 정도씩 배정받아 실습을 했는데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지만 서로 차츰 이름도 외우면서 실습을 돕기도 하고 그러니 재미있었다. 그러나 실습도 수행평가라는 것이 있어서 열심히 해야 했다. 중간고사 수행평가때는 BST가 걸렸고 기말고사때는 관장, 그리고 단순도뇨가 걸려서 비교적 높은 점수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 수행평가는 뽑기로 결정되는데 으으으~~~~무서운 교수님 것만 피하고자 얼마나 그 전날에 기도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엔젤 교수님들만 뽑기로 걸려서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하하 하고 웃을 수 있었다.

확실히 대면이 되니까 활기가 돌긴 했다. 하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지는 않고 되도록 참으면서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구내 카페에서 아아를 마시던가 라떼를 마시는 정도였다,


역시나 애를 먹은 것은 인구기 2. 담당 교수님은 질문을 해서 잘 모르겠다고 하면 완전 화를 내시는 분이라 덜덜 떨면서 수업을 들었다. 교수님은 "~~~~ 블라 블라 이것 다 알겠지? 오케바리?" 하시면 모르건 알건 무조건 네네 하면서 ㅠㅠㅠ 고개를 끄덕였다. 

인구기 2도 간신히 F를 피했다. 하늘이시여~~~~감사합니다. 앞으로 정신 차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ㅠㅠㅠ


2-1학기때는 대면수업이었고 정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중간고사때 부터 몸이 좋지 않아짐을 느꼈고 쉴틈도 없이 기말고사때까지 이어졌다. 기말고사 마지막 날에는 만학도 동아리 종강파티가 열렸다.

술은 입에 대지도 않던 내가 맥주를 마셨으면 얼마나 스트레스가 극심했던가를 알 수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업그레이드 되어 강도가 심해진다는데 와!!!!정말 심신이 지쳤었다. 

전에 다녔던 대학은 그건 그냥 꿀이었다는 것을 느꼈고 간호학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다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하고 경쟁하고 정말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만학도 종강파티에서 아이셋에 밤에는 간호조무사를 뛰면서 공부한다는 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는 뭔가하는 깊은 울림도 느꼈다. 

나는 아직 미혼이고 부모님도 내 뒷바라지를 해 주시는데 징징이는 이제 그만.... 전공이 이제 심화되는데 여기서 못한다고 어렵다고 땡깡 부리면 나중에 간호사가 된다한들 멍때리는 간호사가 될 것만 같다는 위기의식이 그때서야 -나는 왜 항상 늦지?- 들었다. 정확한 지식과 수행을 갖추지 못하면 제대로 된 간호사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들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시험. 소크라티브 시험. (일명 쪽지시험) 수많은 과제. 추가과제 등등. 압박하는 것들이 많지만 이런 것들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가 될 수 있다. 


인복이 좋아서 좋은 지도교수님을 배정받았는데 지도교수님께서 이번 학기 때는 " 왜 이렇게 힘이 없어요?" 라고 하셨다. 그저 점심을 먹지 않아서라고 말도 안되는 대답으로 둘러대긴 했는데 뭔가 내가 힘들어 보였던 것이다. 나는 지난 학기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다. 2-2학기 때는 좀더 건강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중간고사때 망치고 기말고사때 잘하지 뭐 라는 식의 나태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성적은 정직하다.

고대로 나온다. 냉정한 현실이다. 


지도교수님께 내가 사는 곳의 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 드렸다. 지방이긴 하지만 집을 떠나고 싶진 않았다. 지도교수님은 만학도들을 예전에는 꺼려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병원급- 이제는 달라졌고 만학도들을 대겨 뽑아갔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일단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손 축복식도 받고 싶어서 내가 사는 지역의 성모병원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유가 좀 황당한가?....


성모병원은 나이를 칼같이 보는 곳이다. 30세 이상은 무조건 탈락이라고....하지만 지도교수님은 사람일은 어찌될 지 모르는 것이라고 하시면서 아직 2년 반이 남았으니 성적관리 하고 있으라고 말씀해 주셨다.

음.... 그래 희망은 좋은 것이다. 왠지 내 마음은 성모 병원으로 갔으면 좋겠다라는 끌림이 있었다. 


2-2중간고사 끝나고 나이팅게일 선서식이 있다. 그때까지 몸무게를 좀 줄였으면 좋겠다.그래서 지금 밥대신 두부를 먹는 두부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매 식사 때마다 흰 두부를 보면서 ' 내가 죄를 많이 지었구나ㅠㅠ'하면서 먹는다. ㅋㅋㅋㅋ ㅠㅠㅠ

3학년때 병원 실습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미리 해 놔야 하고 -수십만원 깨진다- , 실습복,특수복도 맞춰야 할 것이고 여러가지 금전적으로 많이 소비될 것이기에 ....


이번 여름방학때는 알바를 해 볼까 한다. 두달 열심히 해서 돈을 모으고 ...또 성모병원은 토익이 필요없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해커스 단어장과 왕초보 책이 있길래 그거나 한번 마스터 하고 또 두부 다이어트해서 최소 5킬로그램 감량하고 

생각해 보니 동서 문학상도 있길래 가슴의 설렘이 있어서 단편소설도 한편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긍정적인 마음의 기틀도 잡고 싶고 .... 할일이 많다. 


좀더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다. 순딩순딩한 나였지만 이젠 달라지고 싶다. 원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또 도전해 보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홧팅이었지만 정말 이젠 홧튕 !!!!!


작가의 이전글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