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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헤라자데 Jun 26. 2022

만학도 간호대생 이야기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만학도 동기들 중에는 57세이신 분이 계시다고 들었다. 졸업할 즈음이면 거의 환갑이 가까우신데 간호사가 꼭 되고 싶으셔서 오셨다고 한다. 한번 뵙고 싶은데 이번 종강파티에 오시지 않으셔서 다음번을 기약하기로 했다. 

또 아이셋을 케어하며 밤에는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간호대를 다니시는 주부님도 계신다. 사연을 듣고 나서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는데 그 분은 대화를 나눠 보기도 전에 만학도 종강파티때 일이 있으시다고 먼저 나가셔서 아쉬웠다. 더군다나 내가 사는 지역도 아니고 근처지역에서 통학하신다는 말을 듣고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다들 열정 만수르들이었다. 어찌나 야무지고 똑순이들인지 성적도 잘 챙기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런 열정 만수르들이 몇년후에  간호사가 되어 병원에 근무하게 되면 환자들도 최선을 다해서 돌보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왜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지? 라는 식의....


솔직히 이번 중간고사때부터 몸의 컨디션이 안 좋긴 했다. 친구가 준 각성제를 먹고 나서부터였다. 차마 그 친구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그 친구는 공부열심히 하라고 준거라서 - 신체 리듬이 깨지면서 컨디션이 극도로 나빠졌다. 중간고사 끝나고 놀래서 병원에 갔더니 쉬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쉰담.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중간고사 무슨 정신으로 치뤘는지 모를 정도였지만 중간고사 끝난 후에도 수업강의가 중단되지 않으므로 학교는 계속 통학하면서 공부를 해야 했으니까. 거기다가 3학년 때 병원 실습에 대비하여 미리 5월에 mmr.과 수두 예방접종을 동시에 맞았다. 그날 실습을 하는데 주저앉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나중에 집으로 갈 때는 친구가 놀라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나를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있듯이.... 역경 속에서도 담담히 자기 할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컨디션 관리도 분명히 내 책임이었다. 내 나이 42세. 언제까지 주변의 걱정을 위로삼아 살 것인가. 

나는 2년 반 후에는 다른 환자들의 건강을 케어할 간호사가 될 사람이다. 그러려면 지금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공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워 진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은 바이고 그것을 극복하고 국시도 봐서 합격하고 무사히 졸업도 하고 그 전에 내가 원하는 병원에 취업도 미리 해 놔야 한다. 난 20대 초반의 자기관리가 되는 학생들보다도 못했던 것이다. 만학도 열정 만수르들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항상 생각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쓰레기장에서도 장미를 피워내고 레몬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낼 사람들이며 열정만수르라 부자이고 결국은 환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간호사가 될 것이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간호사가 되어서도 어려운 점은 참으로 많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다. 자기 일 똑소리 나게 잘 하면서 여유가 있으면 동료들도 도와주면서 환자들을 케어하고 싶다.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도 잘 못하고 암기력은 더 떨어지고 체력은 방전되기 일쑤이지만 .... 난 해내겠지. 그것도 멋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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