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가볼게요 그것이 나를 삼켜버릴지라도
전에, '삶은 잘못 탄 기차 같다'라는 글을 쓴 적 있다. 내 삶을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그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의사가 되고 싶었던 적은 그다지 없었다. 수능시즌에 요상한 열망에 사로잡혀서 결국 한의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나는 늘 생의 어느 시점에선 글 쓰는 사람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어떤 식으로든지.
그러나 나는 이제 글쓰기 세계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것이 매일 괴롭다.
어릴 적 내가 그렸던 내가 아니라는데서 오는 속상함 때문에 현재의 행복을 온전하게 누릴 수 없는 기분. 내가마땅히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는 기분. 다들 이런 기분으로 사는 걸까?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문창과나 하다못해 역사학과라도 들어갔더라면. 매일 이런 후회를 한다. 설령 변변찮은 재능에 괴로워하고, 시원찮은 밥벌이를 하고 있어도 지금처럼 계속 마음에 구멍이 나있는 느낌은 아닐 텐데.
독서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비전공자라 체계가 없고, 이제는 날마다 뇌까지 퇴화되는 느낌.
문장력이 계속 떨어지는 기분.
또 다른 문제는 느슨한 내 각오.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만큼 글 쓰는데 진지하지 않다는 것.
나에게는 괴로워할 자격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공모전 2개에서 탈락하고 나서, 아니 다른 사람들의 글을 좀 더 읽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 민낯이 좀 더 잘 보인다.
꿈을 버리든지, 아니면 더 노력하든지 둘 중 하나일 텐데 이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회피와 다름없지.
월요일 글쓰기 모임에 글을 기똥차게 쓰시는 분이 있다.
그런 분도 그냥 겸손하게 사는데, 나는 뻑하면 글로 먹고살고 싶다는 분수에 맞지 않는 노래나 부르고.
내 뺨을 마구 내려치고 싶은 밤이다.
2026년에 글쓰기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이제 글쓰기는 보내줘야 할 것 같다.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나의 현재를 불행하게 하는 느낌이라서.
나는 독자로 남겠다. 슬프지만.
그래도, 일 년만. 좀 더 가볼게요.
그 집착이 나를 망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