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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y 31. 2024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

사진 속 나도 예뻐하기

기억이 있는 순간부터는 사진 찍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었다. 웃는 모습, 특히 웃을 때 입가와 눈가에 주름지는 모습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웃는 모습을 예쁘게 담아주는 친구들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 나쁘지 않았다. 점점 마음에 들었다.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된 것처럼 웃는 내 모습도 좋아하게 되었다. 카메라 앞에서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거북목은 참지 못한다.) 이제야 활짝 웃을 때 입을 가리지 않고, 웃음을 참지 않고, 맘껏 웃는다.


그런데 몰랐지만 이제야 원래 나의 모습으로 돌아왔나 보다. 어릴 적 앨범을 보면 희한한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내가 있다. 사진에 어떻게 남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귀엽고, 개구쟁이스럽게 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도 차츰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딩촬영만큼은 떨렸다. 그냥 촬영도 해본 적이 없는데, 앞에 들어간 웨딩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색함도 있었다. 생전 처음 입는 옷을 입고, 생천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예쁜 척, 분위기 있는 척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해보지 않고선 모르는 일이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알려준 대로 유튜브에서 '웨딩촬영 포즈 꿀팁' 보고 가서일까, 생면부지의 사람이 나를 웃기는 게 너무 웃겨서일까, 아니면 촬영이 체질이던가. 꾸민 나는 어색했지만 나였고, 드레스는 불편했지만 입는 과정부터 벗는 것까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웃음이 많이 나왔는데, 웃어서 좋다는 말을 해 주셔서 앗 그럼 별거 아니네 싶었다. 이후에는 즐다. 저기 소파 끝을 보세요~ 카메라 가방 보세요~ 하는 말에 척척 시선 처리했다. 고개를 카메라 쪽으로 골반은 안으로 넣고 어깨에 힘 풀고~ 하는 말도 잘 들었다. 작가님이 하라는 대로 하니 몇 번만에 사진을 금방 다 찍은 기분이다. 컨셉별로 사진을 찍고 드레스를 갈아입기 전에 러프하게 초안을 보여주셨는데 역시 웃길 잘했다.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담긴 것 같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예쁜 사진까지 남길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어떤 사진이 앨범 속에 담길진 모르겠지만 이 날, 이 순간이 잘 담겨 꺼내볼 때마다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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