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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답고쓸모없기를 May 17. 2022

육휴 후 비로소 보이는 것들

워킹맘은 외로워

육아휴직 전에는, 정확히 말해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혼자만의 개인 시간이 주는 기쁨을.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에는 내가 없었다. 그것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씁쓸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빴다.

아이 밥을 먹이면서 내 끼니도 후딱,

화장실도 아이 눈치를 보면서 놀이처럼 후딱,

설거지를 할 때에도 간식을 쥐어주며 몇 번에 걸쳐 틈을 내 '해냈다'.


그런데 복직을 하고 나니,

모든게 내 시간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우리집 주변과 통근 길을 돌아볼 수 있다는 것,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도 천천히 숨을 쉬고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온전히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끊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

검색하고 싶은 것들은 검색하고 싶을 때,

동요 대신 최신 가요도 내 맘대로,

심지어 업무로 바쁠 때에도 가뿐했다.


이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우리집 주변과 통근 길을 돌아보기는 커녕 시간에 맞춰 출퇴근 하기에 급급했었다.

매일 마시는 커피 맛이 지겨워 일부러 이 메뉴 저 메뉴 시켜보며 부유했지만, 곧 별 것 없다는 것만 깨닫고 아메리카노로 돌아왔었다.

매일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해소 사이를 오가며 죄책감을 갖고 먹기도 했었다. 내게 점심 시간은 그저 업무 시간 중의 쉼표 정도였지 무얼 먹느냐, 먹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아니었었다.

검색이야 언제든 할 수 있는 거라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었다.

최신 가요를 매일 들었지만, 한번도 그 사실을 자각하진 못했었다.

업무가 밀릴 때면 불만을 내뱉었고, 업무가 널럴한 대기 시간은 지루했었다.



육휴 후 복직을 하고 나니,

비로소 이 시간이 소중하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복직한 건데!'라는 하얀 억울함(?)이 나를 부지런히 일깨워준다.

그래서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근무시간을 채운다.

대기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글쓰기라도, 오디오 클립으로 육아 지식을 듣거나 업무 관련 정보를 얻기도.

쉬는 시간에는 유아식 레시피를 찾으며 메뉴를 계획하기도,

이전에는 몰랐을, 더 바지런해진 나를 발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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