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동준 Apr 16. 2024

꿈 속의 몽상가

멀리서도 가까이

과연 값진 것들은 멀리서만 존재하는가? 아니면 현재에만 존재하는가? 상이한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p와 p~의 대립은 결국 p라는 것에 대한 인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분법을 피하자는 사상도 이분법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는 이분법이다. 구분되는 것들은 말로써 사라지지 않는 이상 필연적으로 사라지지 못한다. 그렇기에 노자의 말과는 반대로 현재를 살던, 과거를 살던, 미래를 살던, 더 행복한게 아니다. 우리는 셋 모두를 산다.


예컨데 인간의 정열은 새로운 모험을 요구한다. 하지만 탈일상적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고 찬양한다. 반면 일상에 침체된 이들은 1)소심하게 현실에 안주하거나 2)언젠가 후회할지라도 일상을 찬양하는 그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모험을 추구할 것이다. 분명 둘 다 옳은 인식일 것이다. 다만 색다른 것을 원한다면 지금 나에게 없는 것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모험을 살아간 이들에게는 일상의, 일상을 산 이들에게는 모험의 진실이 필요하다.


다만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듯 모든 것이 0으로 회귀한다거나, 미래는 동전과도 같아서 앞이거나 뒤일 뿐이라는 닫힌 세계를 암시하는 예언들은 피하자. 그것은 모험과 일상 모두를 파괴한다. 그리고 모험은 꼭 여행을 통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상을 항유하는 것으로서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마찰이 없는 미끄러운 얼음판으로 들어섰다. 어떤 의미에서 그 조건은 이상적이었지만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마찰이 필요하다. 거친 땅으로 되돌아가자." - 비트겐슈타인


김포에서

2019/11/03


매거진의 이전글 역사의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