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같은 실수를 반복할텐가?
대리에서 과장급은 회사에서 화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에요.
언젠가 누구로부터 들은 말이다. 시기도 출처도 불분명한 저 한 문장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은 그만큼 크게 공감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표본이 많지 않기에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식당이나 가게에서 짜증을 내는 사람들 중에는 '직장인'이 많았다.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중 직장인의 비중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직장인이기에 직장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동선을 따르다 보니, 직장인을 많이 접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처럼 수 많은 반론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는 직장인들이 직장 밖에서 참 화를 많이 내더라.
왜 그럴까? 그들은 '화가 많은 사람들'이다. 서두에서 대리와 과장을 콕 찝어 말했지만,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직장인들은 윗 사람과 아랫 사람의 틈바구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수직적인 인간관계에서 일정 수준의 압박은 불가피하다. 그런 압박이 직장인들에게는 하루하루 차곡차곡 화로 축적된다.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사원급은 아직 화가 축적될 공간이 많이 남아있다. 과장을 넘어, 차장-부장 그리고 임원들은 화가 쌓이면 풀어버릴 대상이 꽤 여럿 생겼을 것이다. 불쌍한 우리네 대리와 과장들은 쌓인 화를 어디다 풀 곳도 마땅찮다. 그렇게 쌓인 분노는 회사 밖에서 '내 돈을 쓸 때', 조금씩 분출된다. '손님은 왕'이라는 전근대적 표어에 비겁하게 숨은채로,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니?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의 분노는 솟구친다. 간단한 보고나 회의에서 별 것 아닌걸로 트집 잡히고, 내가 한 것도 아닌 일로 억울하게 혼날 때도 있다. 가끔은 불합리한 지시를 받아도 그냥 묵묵히 넘기는 것이 '사회생활' 잘 하는 것이라 평가받는 사회다.
이처럼 화가 나는 순간은 무수히 많지만, 이럴 때마다 화를 낼 수 없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이다. 모아놓고 보면 암이 걸릴 정도로 답답하지만, 하나씩 떼어놓고 살펴보면 사소한 일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번씩, 두 번씩 참고 넘기다 보니 이제는 화나는 순간도, 화나게 만드는 사람도 점점 많아진다.
그가 요즘 달라졌어요
쌓이고 쌓이던 화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드디어 그가 폭발했다. 순한 줄만 알았던 그가 선배에게 언성을 높이다니... 다들 쉬쉬했지만 소문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넓게 퍼졌다. 하지만 소문을 옮기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가 지난 주 별거 아닌 일로 팀장에게 꽤 오랜 기간 시달렸던 사실을 알진 못했다.
그녀는 요즘 사람들에게 '까칠녀'로 통한다. 뭐 하나 물어보거나 도움을 청하려고 하면 매번 공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도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었던 것은 아니었다. 친절하고 상냥하게 사람들을 대할수록 더 많은 도움 요청으로 업무가 많아지다보니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 생겼을 뿐이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들은 그녀의 속마음도 모른 채, 그녀를 평가한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장애
화나는 순간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화가 쌓이고 곪아버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쌓인 화를 풀어내기 위해 별거 아닌 일에도 화를 내는 습관이 자리잡는다. 화내는 습관은 회사 내에서 나의 평판을 갉아먹기 시작하고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날에 풀어야 할 것은 피로만이 아니다. 화가 나는 순간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날의 화는 그날에 풀자. 화를 나게 만든 대상에게 용감하게 맞서든, 퇴근 길 술자리를 이용해서든 말이다. 나도 모르게 쌓인 화가 어느 날 갑자기 엉뚱한 사람을 향해 화살로 날아가는 일은 없도록 매일 나의 '화' 저장소를 깨끗하게 비워놓도록 하자.
아, 누군가에게 '내가 화났음'을 표시할 때에는 화가 난 그 시점에서 멀지 않은 때에, 화의 원인과 그로 인한 나의 감정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전달해야 함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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