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밖으로' 원서수업을 시작했다.

시니어 원서수업의 세계에 발을 내딛다(?)

by 연필

10월에 갑작스런 전화 한 통화로 덜컥, 의왕 글로벌 도서관에서 성인원서수업을 하게되었다.


도서관에서 성인들을 만나 원서를 함께 읽은 기간이 오래 되었지만,

정식으로 강사료가 지급되는 '수업' 제안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10월에 전화해 11월 수업을 맡아달라는 담당 선생님의 말에

뭔가 갑작스러운 일이 있으셨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보통 도서관 수업 제의는 이르면 5,6개월 전부터,

아무리 늦어도 2개월 전에는 오기 때문이다.


그 사정이 어찌되었든, 나는 잠시 망설였다.


내 교육사업 방향은 현재 오직 아이들만을 향해있었고,

학부모 대상의 원서 수업도 아닌데 성인수업을 해서 내가 얻을 것이 있을까?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당연히 얻을 것이 있지.

다른 사람들과 원서를 읽고 대화를 나누고 또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돈까지 받고.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렇게 해서 수업을 하기로 약속하고, 며칠에 걸쳐 책을 선정했다.

딱 1달, 4주에 걸쳐, 각각 영어실력이 어찌되실지 모르는 성인분들과 함께

적절히 편안한 수준을 읽을 수 있으면서도

책 속 내용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깊이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좋은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



작가 Spencer Johnson의

그 유명한 Who Moved My Cheese?(번역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어?) 후속작,

Out of the Maze(번역서: 내 치즈는 어디에서 왔을까?)이다.




책을 선정한지 한 달이 흐른 지금,

솔직히 정확한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Who Moved My Cheese? 보다

"Out of the Maze"가 더 끌렸다.


아마도 제목 때문이었으리라.

"미로 밖으로."


번역서 제목은 원서 제목과 완전히 다른데,

나는 그 사실을 수업 첫 날 수강생분들이 가져온 번역서를 보고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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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0일 오전 10시.

떨리는 마음으로 의왕 글로벌 도서관에 도착했다.


수강생은 정원이 16명이었으나 단 여덟 분만 신청했고,

그마저도 얼마 안오셔서 단 다섯 분과 수업을 진행했으며,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6,70대 어르신분들이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내가 지금까지 수년간 주로 원서를 함께 읽고 대화 나누었던

'성인'의 범주와 전혀 다른 분들이었기 때문이다.


엄마들, 여성분들이 주를 이루었었고,

어리면 30대, (간혹 20대도 있었다) 많아야 50대 분들.


그런데 이 다섯 분들 중 한 분은 40대 후반 또는 50대로 가장 젊은 여성분이었고,

나머지 분들은 6,70대였는데, 남성이 세 분이나 되었다.


그러니까, 내 성인수업(북클럽) 최초로 남성 수가 여성 수를 초월하는,

그것도 연세가 있으신 남성분들인 '주'를 이루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원서가 준비되어 있으시고,

미리 내어드린 숙제를 해오신 분은 5분 중 반도 되지 않은 2분 뿐이었다...



...어쩌지?

예상 범위를 넘어선 상황에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오랜만에 또는 처음으로 원서를 접한

자신만의 사연을 조금씩 드러내시며

모두들 긴장을 풀고 나와의 소통을 받아들이시는 모습이었다.


나 또한 기존에 익숙하게 진행했던 방식으로는

이 수업을 이끌 수 없겠다는 판단을 했고,

미리 계획해온 방식 대신

솔직히 내가 지양하고 선호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바로 '독해 수업' 이었다.

원문을 읽고, 해석하고, 표현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방법...


그러나 이 방법으로 4주 내내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추구하고 내가 믿는 원서 수업의 가치는

책을 단지 '해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성찰'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필요했다.

성찰은 대화 속 질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첫 수업이 끝난 후에는

몇 번이고 강조했던 것 같다.


"오늘은 책을 못읽어 오신 분들도 계시고 첫 날이라 이렇게 모두 읽어드렸지만,

다음주부터는 꼭 직접 읽어오시고 어려웠던 부분을 가져오셔서

함께 해결하며 배우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시면서 느끼신 IU Points를 편안히 나누며 책을 더 깊이 우리 삶에 적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으나,

정확히는 이해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그중 한 분, 가장 젊으신 여성분(내게 익숙한) 만큼은 제대로 이해했으며 기대된다는 듯 반응하셨으나,

다른 분들은 모두 어려운 숙제를 가득 안고 돌아가시는 느낌이었다.


과연 모두 원서를 잘 읽어오실 수 있을까?


이 수업.... 괜찮겠지?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니어원서수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이라고 해야할까...?


문득 걱정보다 궁금함이 일었다.

같은 책을 읽는데 대상이 다르니 수업 방식도, 대화 내용도 달라지겠구나.



나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지려나?


그야말로 Out of the Maz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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