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써니 Aug 28. 2017

유연석이 헤드윅을 한다

뮤지컬 [헤드윅]



사무실 분위기가 소란스러울 때, 

답 없는 회의를 하고 자리로 돌아와 답을 만들어야 할 때, 

날씨가 꿀꿀할 때, 

마음의 소리가 무언가 심란하다고 외칠 때… 

무엇으로든 한숨을 대체하고 싶을 때 내가 듣는 대표 노동요가 바로 ‘헤드윅 OST’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락을 멀리하지만, 가끔은 내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헤드윅. 

이런 나의 최애 공연을 유연석이 한다니- 새하얀 얼굴로, 쌍욕 한마디 못 할 것 같은 여리여리한 이미지의 그가 헤드윅을 한단다. 그러니 당연히 보러 갈 수밖에. (아, 개인적으로 유연석 팬은 아니다)



예쁜 유연석이 헤드윅을 한다. 

꽤 많은 작품을 한 그지만 딱히 생각나는 건 역시나 <건축학 개론>과 <응답하라 1994>, 그리고 유연석이라 보기 시작했지만 재미가 없어 끝까지 볼 수 없었던 <맨도롱 또똣> 정도다. 칠봉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남아있는 나에게 헤드윅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었다.


하지만 너무나 명확한 한 가지. 그는 지금까지 헤드윅 중 가장 탁월한 미모를 지녔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그의 헤드윅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굳이 예쁜 척을 안 해도 뿜어져 나오는 미모, 가발을 벗어도 예쁜 얼굴, 군살 없이 날씬하고 예쁜 몸매-  누가 봐도 어색한 포스터 속 초록색 반짝이 드레스는 유연석이 아니라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의 외모를 이 공연에서 최고로 친 내가 변태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예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얌전한 유연석이 헤드윅을 한다.

그의 가창력이 뛰어났다면 미모보다는 노래를 칭송했겠지만, 아쉽게도 그의 노래실력은 기대에 부흥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락을 하는 유연석의 모습은 그간의 이미지를 상쇄시키며 신선한 쾌감을 준다. 


무대를 뛰어다니며 뿜어내는 그의 미숙한 매력은 연기자 유연석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하고, 뮤지컬 배우 유연석을 기대하게 하는 색다른 자극이 됐다. 조금 더 맛깔나고, 유연하고, 신나면 좋겠지만 그가 처음 만나는 헤드윅인 만큼 노래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정극 배우 유연석이 헤드윅을 한다. 

그러고 보니 유연석의 인터뷰 기사는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꽃보다 청춘>도 봤는데, 그의 실제 모습은 왜 기억이 안나는 걸까. 그에 대한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기에 애드리브를 하는 그도, 헤드윅을 연기하는 그도 진짜 그가 아닌 배역에 충실한 연기자 같았다. 욕을 하고, 19금을 연기하는 게 정말 편안하게 하는 걸까, 아니면 배역을 맡았기 때문에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공연 내내 떠나질 않았다. 배우에게 이미지라는 건 이렇게나 중요한 거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  



‘뭐가 아쉬워서 뮤지컬을 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헤드윅으로 그가 얻게 되는 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조금 더 친숙한 배우는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다 친해질 만하면 영화나 드라마 저 편으로 다시 가버리지 않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난 유연석의 헤드윅을 보았고 그걸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부디 다음, 다다음 헤드윅에도 나와 점점 원숙한 모습을 보여 주길-



공연은 11월 5일까지. 

* 사진은 모두 쇼노트 페이스북에서 


헤드윅을 볼 거라면 이 정도는 미리 듣고가면 좋지요. 

조승우 The origin of love

헤드윅 풀버전 영어 음원 

매거진의 이전글 노오력은 높이 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