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짧은생각#1.(220420)
빵, 빠아아아앙!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는데, 영업용 트럭의 아주 길고 짜증스러운 클락션이 울렸다. 곧장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트럭이 옆으로 다가오다, 멈췄다.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무슨 문제 있어요?”, “아녜요, 클락션이 고장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
“네”하고 트럭을 앞질러 갔다. 30킬로미터로 천천히 이동했던 나를 짜증스러워 했던 그의 경적, 또, 갓길의 내 옆으로 다가선 신경질적인 그의 표정, 당연히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 운전하고 있으리라는 확신, 예상과는 달랐던 내 모습. 곧장 이어진 당혹스러움까지. 가만히 정차하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런 상황을 모조리 꿰고 있음에도 난 그의 거짓말에 수긍하는 척하면서 짧지만 복잡했던 상황을 넘겼다.
하루의 시작부터 짜증이 가득 찼던 그를 보며, 확실히 불쾌한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확신했다. 봄인데도 덥다. 주말부터 끝내주게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언제나 그랬듯, 며칠 전까진 추웠는데 그새 완연한 봄이 됐고, 또 하루 만에 여름이 된듯했다. 매년 마주하는 봄은 계속 변하고 있다. 최소 10년 전과 지금의 봄은 다르다. 그 시대로부터 또 10년 전의 봄이 달랐듯 올해의 봄도 작년과 달랐고, 엄밀하게 따지면 오후부터 갑자기 쌀쌀해졌던 어제와도 완벽히!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끈한 봄 날씨를 원인으로 변덕스러워지는 정서만은 달라지지 않았다.
클락션이 고장 났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라 확신한다. 나에 대해, 자신보다 연약할 것이란 그의 짐작은 틀렸다. 누가 더 기분이 나빴을까. 클락션 소리로 짜증이 났던 나일까. 자신의 짐작에 오류를 인지하고, 서둘러 거짓을 둘러대야 했던 그일까. 아님 갑자기 더워진 봄이라서 그랬을까.
지구 온난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다. 뜨끈해서 문제고, 뜨끈해서 울컥 열 받아 버렸던 내 감정도, 클락션을 콱 눌러버렸던 그의 짜증도. 8차선 왕복 도로에 30킬로미터짜리 제한 속도도, 괜히 야속했던 교통 법규까지. 모두 문제다. 뜨뜻한 지구의 봄날이 우리를 짜증스럽다 못해 슬프게 만들었다. 그래서 울컥했던 걸지도 모른다. 그도 나도. 클락션이나 제한속도까지. 당혹스럽게 끓어오르는. 그러니까 순식간에 열이 오르듯 차오르는 울적한 감정을. 꾸역꾸역 억누르고,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급조한 거짓말이 입 밖으로 튀여 나올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더워서. 봄인데도 여름 같고, 매년 조금씩. 조금 더, 더워지는 지구온난화 가운데 맞이한 뜨뜻한 봄기운은. 작년보다 올해 더,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고, 짜증스러워 원망하고, 울적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봄날은 희망과 환희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것만 같은. 학습된 감정 속에서 내 짜증과 슬픔이 행여나. 짧은 봄을 망치는 건 아닐까 싶어 조마조마한 기분마저 든다. 여름과 별반 차이 없이 뜨거운 봄날. 싱그러운 낭만을 위해서, 더워서 벌컥 차오르는 짜증과 슬픔을 어쩔 수 없이. 거짓으로 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