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서 있는 하루

by 산에태양

매일 하루를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어른에게 하루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과 부담, 기대와 의무 사이에서 아주 조용히 흔들리는 마음의 지점이다.
나는 지금 정확히 그 경계에 서 있다.

메일 아침, 유난히 가슴이 무거웠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음이 기능을 잃은 듯한 느낌.
기계의 스위치를 껐다 켜야 할 것 같은 피로감.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실존적으로 다가온 적은 없었다.

회사에서는 나를 리더라고 부르고,
가정에서는 가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어디서든 나는 ‘버텨야 하는 사람’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런 역할의 외피를 벗겨내면
결국 한 사람의 인간이 있을 뿐이다.
지치고 흔들리고,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아주 평범한 인간 말이다.

내일 하루를 쉬어도 될까.
이 질문 하나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얹혀 있는지 스스로도 놀랐다.
기대가 무너질까, 흐름이 끊길까,
욕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까.
이런 사소한 고민까지도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숨겨 왔다.

그러나 경계에 서 있다는 건

뒤로 물러서거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의미만은 아니다.
가끔은 그 경계에 ‘잠시 머무르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경계란 사라지거나 넘어야 할 벽이 아니라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감지하게 해주는 지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경계 위에서 걸어왔다.
열정과 피로의 경계,
책임과 자유의 경계,
성공과 소진의 경계.
그리고 지금은
‘다시 달릴 힘을 비축할 것인가’와
‘그냥 버티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사이에 서 있다.

나는 선택하려 한다.
오늘의 나는 버티는 쪽이 아니라
되찾는 쪽을 택하기로.

단 하루라고 해도,
스스로에게 침묵과 쉼을 허락하는 시간은
삶을 포기하는 행동이 아니라
삶을 되살리는 행동이다.
경계에 서 있는 지금,
나는 그 사실을 아주 천천히 깨닫고 있다.

내일 하루를 쉰다고 해서
나의 성실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 열정이 흐려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잠시 멈춤으로써
달려온 길을 확인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더 명확히 알게 될지도 모른다.

경계는 늘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초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 그 경계 위에서
나를 다시 세우는 연습을 한다.
쉼이 무기력함이 아니라
삶을 되찾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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