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ten Lemon Effect

by 산에태양

한 개의 썩은 레몬이 바구니 안의 모든 레몬을 썩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학창 시절이었다. 그때는 그저 그럴 듯한 비유쯤으로 받아들였다.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갔지만, 현실의 문제라고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사람은 레몬과 다르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조직과 사람을 직접 마주하는 위치에 서게 되면서, 그 이야는 더 이상 비유가 아니게 되었다. 썩은 레몬은 실제로 존재했고, 그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주변을 변질시켰다. 한 사람의 태도, 한 사람의 기준 없음, 한 사람의 책임 회피는 조직 전체의 공기를 흐리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넘겼고, 다음에는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의 대가는 늘 동일했다. 문제는 커졌고, 피해를 입는 사람은 늘 성실한 쪽이었다.

부모님들이 흔히 “사람을 집안에 잘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나이가 들수록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결코 차별이나 배제의 언어가 아니다. 한 사람이 가족 안에서 만들어내는 정서와 문화, 관계의 방향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집안에 들어온 한 사람이 썩은 레몬이라면,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로 번진다. 갈등은 일상이 되고, 불신은 기준이 되며, 결국 모두가 지쳐간다.

더 안타까운 장면은,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썩은 레몬을 끝까지 품고 가려는 사람들이다. 이해해주자, 기다려보자, 사정이 있겠지라는 말들은 선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단을 미루는 변명인 경우가 많다. 그 사이에 조직은 무기력해지고, 가족은 상처를 쌓아간다. 결국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그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썩은 레몬을 버리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냉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개인의 호의와 조직의 지속 가능성은 다르며, 공감과 책임은 같은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늘 우리 자신에게 있다. 결단을 미루면 평화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평화는 잠시뿐이다. 반대로 어렵고 불편한 결정을 내리면 당장은 마음이 무거울 수 있지만, 그 결정은 나와 조직, 그리고 가족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이 된다.

썩은 레몬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바구니 전체가 썩어가는 것을 지켜볼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언제나 생각보다 분명하게 우리 삶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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