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그만두고 스페인 여행길에 오른 30대 딸,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부모님과의 140일간 산티아고 순례 배낭여행을 기록합니다.
2,887km 찐으로 걷는 배낭여행
✅ 프랑스길 Camino Francés (2018)
✅ 피스테라, 무시아 Camino de Fisterra y Muxía (2018)
✅ 은의 길 Vía de la Plata (2022)
✅ 북쪽 길 Camino del Norte (2022)
✅ 영국 길 Camino Inglés (2022)
시간은 간다. 힘들다 힘들다 투덜거려도, 발은 쉬지 않고 걷고 있으니 앞으로 가긴 가는 모양이다. 어느새 길 위에서 지낸지도 한 달여쯤, 그 사이 길 위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스페인 내륙을 통과하면서 아득하게 뻗어 있는 들을 지나니 점점 고도를 높여 산으로, 숲으로 안내한다. 산행 수준의 길이 많아졌지만 산길 흙길 생태 속에 있으니 다채로움에 지루한 줄 모르고 걷는다. 특히 흐르는 물을 자주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새로운 길의 풍경은 갈리시아 주에 진입하면서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갈리시아 주는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자치주로, 아름다운 자연 풍광으로 원체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또,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기도 한데, 그중 하나가 지금 이것!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은의 길은 까미노 안내표시인 가리비나 노란 화살표를 찾기 어렵다는 불만이 자자한 곳인데, 갈리시아 주에 진입하는 즉시 그 걱정은 사라진다.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얼마큼 남았는지 잔여 거리가 표시된 표지석이 구간구간마다 세워져 있다. 그 어디보다도 산티아고에 진심이다.
갈리시아의 표지석은 친절하다. 묻기도 전에 틈틈이 안내해준다. 하지만 갈리시아의 길은 오른 만큼 내어준다. 올라야지만 풍경을 선사한다. 오른 만큼의 보람을 선물한다.
그냥 얻는 보람이 있던가. 결과는 달콤하지만 과정은 녹록하지 않다. 선물을 받으려면 이 정도는 올라야 한다. 네 발로 기어 가는 돌산 정도는 넘어야만 원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임계치까지 왔을 때 한 걸음을 더 내딛는 경험, 그로부터 얻은 희열과 성취감을 안으며, 풍경을 즐긴다.
우리는 갈리시아의 풍경을 만끽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