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포비아>
<소셜포비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가 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지 자랑을 하기에 여념이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위를 보며 정녕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소셜포비아>는 어떤 일병의 자살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다는 민하영의 집을 찾아가 ‘현피’를 시도하는 이들을 다룬다. 현피 멤버들의 비인간성은 영화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베카’로 대변되는 민하영의 죽음을 목도하고도 경찰에 신고하기는커녕 그녀의 트위터에 남긴 악성 댓글을 지우는 것이 우선인 이들을 바라보며 당황한 이는 나뿐이었을까. 시체 앞에서 태연하게 스마트폰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난감해하는 지웅의 표정은 영화를 보는 나의 표정과 다름없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인물들의 이중성은 점점 더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고 용민이 자살을 시도하는 클라이맥스를 보며 느끼는 불편함은 이윽고 불쾌함으로 뒤바뀐다. 용민이 ‘도더리’라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현피 멤버들은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하는 용민을 둘러싸고 그의 면전에 조롱과 비웃음을 일삼는다. 불쾌함의 극치. 그러나 이윽고 떠오르는 의문. ‘이 불쾌함의 근원은 현피 멤버들에게만 있는 것인가?’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등장하기 이전, 영화 내내 카메라는 주인공인 지웅을 따라다닌다. 노량진 학원, 하영의 집, 경찰서, 카페, 하영이 다녔던 천강대학교 등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소에는 지웅이 있다.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더라도 그 장소에는 항상 지웅이 있다. 그러나 처음으로 지웅이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는 다른 인물을 따라가는데 그는 바로 용민이다([캡처 1]). 용민은 온라인상에서 ‘안개 속의 미해결 사건’ 카페를 운영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마한 컴퓨터 수리 복구 업체를 운영하는 오형주를 찾아간다. 용민은 형주가 하영을 죽인 범인이라 생각했지만 용민은 그곳에서 뜻밖의 영상을 접한다. 하영의 노트북을 해킹하여 얻어낸 하영이 죽기 직전의 영상. BJ 양게의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는 하영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는 현피 인원들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의 표정에는 자신의 정체가 들킬 거라는 불안감과 더불어 공포감이 서려있다. 오형주의 말대로 하영은 자살한 것 같다. 현피 인원들이 복도까지 온 상황에서 그 사이에 누군가 하영의 집에 침입해 살인을 하고 도망간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를 양게와 병무, 장세민이 검증했을 때 약 1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는가. 이후 카메라는 길을 나서는 용민을 따라간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용민을 바라보는 카메라. 용민은 정말 하영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 자살을 시도한 것일까?
용민이 정말 자살을 하고 싶었다면 현피 멤버들과 만나기로 한 빌라의 옥상에서 목에 줄을 묶어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빌라의 옥상에서 떨어지는 것이 더 확실했을 것이다. 아니면 현피 멤버들이 도착하는 시간보다 훨씬 일찍 목에 줄을 묶어 자살을 시도하면 된다. 또한 굳이 현피 멤버들을 불러 모으지 않더라도 본인이 혼자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용민은 죄책감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것이 아니다. 용민은 하영이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자살을 시도한다. 현피 멤버들을 가해자로, 자신을 피해자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인 자살 시도. 자신을 죽음으로 내던지며 현피 멤버들에게 복수를 행하려는 용민에게 과연 동정심을 느낄 수 있는가?
<소셜포비아>는 단순히 악성 댓글을 즐겨 쓰고 인간성을 상실한 채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의 단면을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무서움은 이러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람들이 겉으로는 아주 평범하여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영화의 마지막, 지웅의 내레이션과 함께 카메라는 노량진역의 일상을 비춘다([캡처 2]).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던 도더리 현피 사건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러나 거리를 거니는 이들 중 누군가는 용민과 현피 멤버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현피 사건에 일희일비하던 네티즌들일 것이다. 역 사이를 누비는 사람들의 활기는 어느새 두려움으로 바뀐다. <소셜포비아>가 드러내는 불편함과 불쾌함은 스크린을 넘어 현실로 침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