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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wanna Feb 22. 2023

02. 인간관계에 민감한 사람은요


photo by Gwanna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 민감했다.

여자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친한 ‘우리 애들’이란 그룹을 만들고는 한다.

나도 그런 무리를 만들어 ‘우리 애들’과

쉬는 시간도 점심시간도

하교도 함께 하며 항상 함께 했었다.



전부라고 믿었던 ‘우리 애들’이란 무리로부터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이유로

한 친구와 같이 버려지게 되면서

깨달았다.



여자들의 우정이란 참으로 얄팍하구나.



그 뒤로 잠시 동떨어져 지냈지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새로운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우리 애들’이라는 건 그냥 허상이 만들어 낸

울타리일 뿐이고 그 밖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있구나.

나는 ‘우리 애들’로 부터 버려진 것이 아니라

울타리 속을 벗어나 더 넓은 관계의 세상 속으로

새 출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여러 성격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우리 애들’에 속하지 않고

두루두루 친목을 다지며 지내왔다.



그렇게 자라 온 나는

겉으로 모든 사람들과 다 잘 지내는

사회성 인사성 밝은 어른으로 자랐지만

여전히 인간관계에는 민감하다.



새로운 사람을 잘 사귀고 얘기도 곧 잘 하지만

낯가리는 속을 드러내지는 못한다.

쿨하게 시원시원하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전혀 쿨하지 못한 마음을 감추기 바쁘고

불편한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품고 있다 결국 상처 입고 마는

양면을 가진 관계를 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그럼 관계의 새 출발이 실패가 아닌가?’

라고 생각 할 수 도 있겠지만

새 출발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관계 속에서 민감한 내가 중요하니까.



만나면 좋고 헤어지면 아쉬운

적당히 친밀한 관계 하나

말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눈치 보며

실없이 웃어넘기는 관계 둘

서로 다 드러내지 않은 약간의 경계를 유지한 채

이야기 꽃을 피워내는 관계 셋

필요한 대화 외에 어떤 상황도 엮이고 싶지 않은

아주 불편한 관계 넷

아무것도 아무 말 안 해도 그저 나를 온전히

다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친밀한 관계 다섯

..



모든 관계에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좋고 나쁜 관계란 없고 그저 이름이 다를 뿐이다.



그 이름에 걸맞은 마음가짐으로

과한 기대하지 말고 괜한 상처받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또는 마음껏 좋아하고 표현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더 깊게 익을 수 있는 관계가 되도록



소중한 나를 위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인간관계에 민감한 사람은 결국

자신을 위해 민감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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