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성격유형 검사가 언제부턴가 유행하고 있다.
나 역시 최근 한 검사까지 5번을 해보았다.
20대 중반일 때부터 줄곧 ENFJ가 나왔는데
30대가 된 이제는 INFJ가 나온다.
매번 현재의 나의 모습대로 검사를 했는데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참 밖으로 많이 다닐 때는 외향적인 성향이,
결혼 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은
내향적인 성향이 더 많아졌을 뿐.
나이 듦에 따른 상황의 변화가 가져온 것 외엔
유형의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꽤 정확성이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나는 MBTI 신봉자가 아니다.
심플하게 단편적인 네 가지 타입으로 정리하기엔
우리들의 성격들은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급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기운을 받는 외향형 E
사람들과 어울리고 혼자 에너지 재충전하는 내향형 I
이 부분은 체력도 상당히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30대가 되고부터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을
잡을 수가 없어 이제는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분배해서 사용하게 되었으니까.
인식에 있어서 현재와 경험에 초점을 두는 감각형 S
미래의 가능성과 육감과 영감에 초점을 두는 직관형 N
이 경우도 나는 미래지향적인 편이긴 하지만
실제 현실 삶 속에서는 현재와 경험에 초점을 두고
살아가는 편이 더 많다.
미래는 위로하고 꿈꾸는 용이랄까..
진실과 사실판단이 중요하고 정해진 규범과 기준에 초점을 두는 사고형 T
관계와 감정적으로 좋고 나쁨에 초점을 둔 감정형 F
이 부분은 정말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듯하다.
나는 감정에 잘 휘둘리는 편이지만
규범 내에서 관계보다 냉정한 시선을 가질 때도 있고
정해진 기준과 사실판단으로 중요한 결정하는 일이 더 많다.
뚜렷한 의사, 깔끔한 정리와 계획력을 가진 판단형 J
상황에 맞는 개방성과 즉흥적인 포용성을 가진 인식형 P
이 역시 나는 깔끔한 정리형 계획왕이지만
그런 스스로가 부담되어
즉흥적이게 상황에 맞게 내려놓을 때도 많다.
하물며 ‘게으른 P, 부지런한 J'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편하게 성격을 파악하고
자신을 알릴 수 있음에 아주 좋은 수단인 건 인정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이제 상대의 MBTI 유형을 듣고 나면
무의식적으로 순간 판단을 하고 상대를
그에 맞게 대하곤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라는 사람이 알파벳 네 글자 안에서
결판이 나버리는 상황도 생겨버렸다.
겪어 보지 않아도 궁금해하지 않아도
알파벳 네 글자만으로 판단이 되어 버린다.
상대를 더 잘 대하기 위한 마음에서 나온 판단이겠지만
무의식적인 그런 판단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나 역시 그렇게 단순하게 정해지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또 다른 부작용으로
나 조차도 나를 그 속에 가두고 생각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MBTI 신봉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게 기준이 돼서 나를 바라볼 때가 있다.
우연하게 흐르다 바라본 내 모습에
괜한 결괏값을 정해놓지는 않았으면 한다.
나를 더 관찰하고 상대와 더 많은 대화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던, MBTI를 모를 때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복잡한 건 싫지만 단순하게 정해지는 사람은
되기 싫은 이 마음만큼
내 앞에 있는 상대에게도
그만큼의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길 바라본다.
그리고 정해진 성격유형이 없더라도
흐름에 따라 어여삐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