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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진 Aug 28. 2016

[리얼제주살이] 첫 월급 받던 날

여행이 아닌 삶으로 내려온 제주에서 올 것 같지 않던 첫 월급날이 왔다. 하루하루 낯선 곳에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내가 왜 가족과 떨어져 이곳까지 왔는지 생각날 때마다 울컥했던 마음이 가득했던 나날이었다. 업무에 치이고 상사에 치이고 도시와 별다를 것도 없는 직장 생활이었다. 퇴근 후 바다를 보며 하루 가득했던 부담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다시 힘을 내자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적응하겠지.


사람도 환경도 그리고 부담감도.


최근 불고 있는 제주살이 열풍을 보면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제주에 와서 쉬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나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내려와 카페, 게스트하우스, 식당 등을 운영하며 나름 자유를 누리려는 경우가 많다. 나처럼 직장을 옮겨 혼자 자취하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제주라 다른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제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제주 바다를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행 목적으로 왔을 때 제주는 가 볼 곳이 너무 많아 하루가 짧았고 가는 시간이 아쉬웠다. 하지만, 막상 제주살이를 하면서 나의 행동반경은 굉장히 좁아졌다. 게을러졌다고 해야 하나? 쉬는 날 제주를 여행하려고 했지만, 몸은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천에서 살 때처럼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끼고 게으른 생활을 할 뿐이다. 


내가 생각했던 제주살이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첫 월급은 스스로 대견함을 주었다. 울컥하는 마음과 더불어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게 했다. 월급이 쌓일수록 나의 제주살이도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몸과 마음도 제주의 일부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고 고대해 본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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