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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진 Nov 02. 2016

[제주 남원]다시 만나 첫사랑-2

처음 올레를 알고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갔던 지난날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 무엇을 할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했던 날들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찾기 힘들지 않을까?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 혼란스러웠던 생각과 생활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싶었다. 마땅히 비울 곳을 찾지

못했던 나에게 제주 올레는 작은 탈출구였다.

가을비가 내리는 길은 더 촉촉했다.


회색빛 바다는 슬픔이 올라온다.
큰엉 산책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존

가을을 더 깊게 해줄 비가 내린다. 비 사이로 부는 바람은 여름의 찐득함이 아니라 가을의 신선함이 있다. 걸을수록 처짐이 아니라 상쾌함을 주었다. 처음 이 길을 걸었던 그때도 10월이었다. 단지 변한 것은 내가 세상에 더 찌들었다는 것과 생각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나이가 듦은 육체가 늙는 게 아니고 잡념과 근심에 정신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포말이 보였고 그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이 보였다.



그렇게 나는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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