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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졔 May 05. 2023

출근길이 즐거워진 이유

지옥철에 작별을 고하고 만난 풍경들

내가 리모트 워크 환경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출퇴근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을 극도로 싫어하고, 힘들어한다. 그 밀도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출퇴근 시간대의 지하철이다. 한때 인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통근했다. 심지어 9 to 6, 주 5회 출근해야 하는 전형적인 회사였다. 출근길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들어갈 틈이라곤 보이지 않는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어야만 했다. 사람들의 짜증 섞인 푸념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열차마저 보내면 지각이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지옥철을 탈 때면 인구의 절반을 없앤 타노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갈 것만 같았다.


그 기간을 일 년 넘게 버텼다. 주말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그저 견디는 시간으로 보냈다.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직장은 출근과 리모트 워크를 병행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근무 시간만 잘 지킨다면 집이 아닌 그 어느 곳에서든 일할 수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주도 숙소도 있었기 때문에, 제주도는 종종 나의 일터가 되었다.


어느 날은 제주도의 한 카페에서 일하기로 했다. 카페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창밖으로 광활한 바다가 펼쳐졌다. 카페로 가는 길 내내 바다가 함께했다. 출근길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출근길이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이때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 지옥철에 작별을 고하고 더 다양한 풍경들을 만나겠다고.


그 이후 나의 출근길 풍경은 더 다양해졌다. 어느 날은 교토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이 되었고, 또 어느 날은 공주의 예쁜 하천길이 되기도 했다. 출근길 풍경이 달라지면서 내게 생긴 변화는 일과 삶의 만족도가 모두 높아졌다는 거다. 지옥철을 타고 출근할 때는 회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 상태로 일을 시작하니 효율이 높을 리가 없었다. 퇴근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돌아오면 누워서 핸드폰 하는 것 외에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반대로 리모트 워크를 시작한 이후로는 출근길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과 따스한 햇볕, 새소리 등 오감으로 순간을 만끽했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함을 느꼈다. 일의 효율이 높아졌고, 퇴근 후에도 좀 더 생산적인 일들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여유를 가졌을 때 시야가 넓어지는 법. 이때 워케이션 경험과 일하기 좋은 공간을 소개하는 인스타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경험을 전파했다. 나로 인해 첫 워케이션을 경험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고,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도 들었다.


한 걸음 나아가 직접 워케이션을 기획하고 운영해 보기도 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일과 쉼에 있어 긍정적인 경험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직접 진행한 공주 워케이션 참여자의 후기를 읽었다.



일하러 가는 길이 예뻐서 자연스럽게 ‘아 내가 공주에 와있지!’ 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좋은 경험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가치가 바로 이거였다. 사람들의 출근길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해주는 것. 앞으로 나의 목표는 리모트 워크, 워케이션 문화를 한 사람이라도 더 경험할 수 있도록 작게나마 기여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위해 나는 또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꽤 즐거운 고민을 하는 요즘이다.




일하기 좋은 공간, 워케이션 경험을 나눕니다. 더 빠른 소식은 러블리위크데이(@lovelyweekday.space)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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