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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Aug 01. 2021

프롤로그

짧은 소설 (1/50)



서커스단의 코끼리들은 자기 몸집의 반의 반도 안되는 작은 말뚝에 묶여 있다고 한다. 찔끔만 힘을 주면 툭하고 뽑혀버릴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 올가미를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기 코끼리 였을때부터 그 곳에 매여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매번 섬뜩함을 느껴왔었다. 들킨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부정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피할 순 없었다. 결국 나 자신을 직시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그 서커스단의 코끼리와 같다고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나만 가만히 서서 풀만 뜯어먹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해서 말뚝을 뽑아낼 용기가 나진 않았다.


애매하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엔 참 애매하다. 뭐라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변화가 두렵다. 한 때는 서커스단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인생의 목적인 때도 있었다. 정신차려보니 나는 한 회사를 십년째 다니고 있었다. 이젠 적지 않은 관성도 생겨버렸다. 물론 분당이나 판교엔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있겠지. 어딜 가나 난 놈들은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고 말뚝에 묶여 있었다. 그저 엉덩이 붙이고 열심히 공부하길 강요받았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게 인생의 성공이다라는 공식을 주입받았던 기억이 내 안에 강렬했다. 하지만, 꼭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40대가 코 앞으로 다가오니 덜컥 겁이 나는 코끼리들. 사슬에 묶여서 먹는 밥도 그런대로 괜찮지만, 어딘가 모르게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동시대의 그 코끼리들에게 편지를 보내 듯 글을 써보기로 했다. 말뚝을 조금씩 풀어보기로 결심했다. '코끼리 프로젝트'. 이 글은 판타지임과 동시에 내 다짐이기도 하다. 응원의 메시지이자 격려의 토닥임이었으면도 한다. 우리 같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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