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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Aug 03. 2021

인터뷰를 마치고

처음으로 책을 만들어내다.


글이라는 것 참 안 써집니다. 어렵습니다.

하루키나 강원국처럼 루틴을 만든 작가가 아닌 이상 글 쓰려고 앉는 것 자체가 고역이거니와

어찌어찌 앉아서 쓴다손 쳐도 한 두 번 막히면 막막해서 의욕을 잃습니다.

그러다 결국 스마트폰만 만지작만지작, 그리고 후회와 한숨의 연속.


그래서 돈 내고 의지를 샀습니다. 헬스장에서 PT를 끊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컨셉진이란 비즈니스 모델이 있더군요. 결제를 하면 매일매일 메일로 저에 대한 질문을 해줍니다.

제 얘기이므로 비교적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질문들이죠. 일정량을 성실히 대답하면 깜찍하게 재본한 책을 배송해줍니다.


 



총 30개의 인터뷰를 한 달간 진행하였고, 브런치에도 올려보았습니다.

(너무 사적인 인터뷰 몇 개는 차마 업로드 못했습니다)


반응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역시 반응은 없었습니다ㅋㅋ

그래도 이 아카이빙 행위 자체가 뿌듯했습니다. 막연했던 것들이 탠져블해지는 순간은 늘 황홀합니다.



책(세상에 단 한 권뿐인)에만 들어있는 셀프 소개도 올려봅니다.


사진을 올리니 오랜만에 블로그(역시 깔짝깔짝 하다가 말았던) 포스팅을 하는 기분이 드네요.



이 행위(혹은 소비)를 하면서 글 쓰는 습관을 장착하진 못했습니다. 제가 그 정도로 도둑놈 심보를 가지고 있진 않긴 해요. 그래도 한 달간 제 자신과 대화를 해본 후에 얻은 게 하나 생기긴 했습니다. 저를 부정하지 않기로 다짐한 점인데요. 스스로에게 솔직해본 적이 의외로 잘 없었단 점에서 놀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그동안 나 자신을 너무 몰아세웠나? 하는 의심이요.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는 건 자기 발전에 좋은 방법임은 확실합니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칠 경우 문제가 생기더라구요. 스스로의 모습을 직시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모습을 부정하면 행동에 핑계와 후회가 따릅니다. 그렇게 살면 절대 행복할 수 없겠더라구요.


현재의 제 모습은 제가 살아온 날들의 결정 같은 것입니다. 응축된 시간이 물질적 형태로 나타난 덩어리겠지요. 그러니 부정할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웬만하면 좋게 봐주고자 합니다. 살면서 즐겁고 좋았던 시간의 기억들도 많으니까요.


꾸준히 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꾸준히 솔직해져 보기로 말이죠. 돌고 돌아 역시 글쓰기만 한 게 없습니다. 제일 쉽고 명료해요. 다시 꺼내어 보기도 좋구요. 이 것도 얻은 점의 하나이겠네요.

그래도 또 막상 쓸려고 앉는 것부터 힘들어지겠죠? 언젠간 좀 더 나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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