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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Nov 01. 2024

유어보틀위크를 아시나요

서대문구 홍연길의 동네축제






동네축제 유어보틀위크 기간 동안 나는 프로참석러로 불리었다. 스스로도 이 정도면 안재욱급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시간부자라서 찐하게 이 행사를 즐겼다. 그런 연유로 리뷰도 꼭 해보고 싶었다. 


제휴된 근처 가게에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한다. 앱을 통해 사장님께 인증을 받으면 동네화폐인 보틀을 얻을 수 있다(분배). 보틀은 능력자 이웃의 클래스를 듣거나 장터의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했다(소비). 난 이번에 행사의 일환으로 ‘질문 있는 술집’이라는 일일팝업도 열었다. 눈치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도 버리자는 질문을 던졌다(생산).

주관사인 보틀팩토리가 공공재와 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참여한 모두는 순환을 경험했다. 


김제 지평선 축제부터 뉴욕 베개싸움 축제까지 참여했었던 나도 이런 축제는 본 적이 없다. 우리 동네 버프를 가미하더라도 단연 독보적이다. 전대미문이다. 무엇이 다를까. 가장 특별한 점은 일상생활 자체가 콘텐츠라는 점. 오랜 기간 조금씩 형성되어 온 마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이 축제의 콘텍스트다. 복제가 불가하다. 햇수로 6년 째인 이 행사는 자체적으로 화폐가 굴러가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어번 크리에이터는 로컬 비즈니스 모델로 스케일 딥 전략을 추구한다. 스케일 딥은 지역 고유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소비자를 공동의 문화 생산자로 참여시키면서 온라인 및 타 지역과 차별화된 경제영역을 구축한다. (모종린,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 2024)"



심지어 이 화폐는 역설적으로 탈물질주의를 표방한다. 나 역시 마을을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무언가를 팔아 남겼다는 생각도 덜했다. 다 같이 시간을 공유하며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생각을 쌓아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질문 있는 술집'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런 건 처음이었다.


인스타스토리보다는 긴 호흡의 다큐필름이 어울리는 축제였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천천히 곱씹어 보며 소화하고 있나 보다. 행사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었지만, 이미 열 달 후인 내년 축제에 맞닿아 있다는 느낌도 든다. 유어보틀위크는 김천 김밥축제처럼 갑자기 흥하지도, 하이 서울 페스티벌처럼 시나브로 사라지지도 않을 것 같아 되려 안심이다.



"배달보다는 걸어서 동네 가게를 가보고, 다회용 컵과 용기에 담아보고, 이웃을 만나고, 서로의 경험을 기술을 나누고, 책과 옷을 교환하고, 질문을 던지는. 즐거운 마을살이 함께해요(보틀팩토리, 「유어보틀위크 행사 안내문」, 2024)"



무형의 가치도 교환이 가능하진 않을까. 우리는 너무 물질에 매몰되어 있진 않았나. 쓸데없는 생각들을 과하게 하고 있진 않나. 어떻게 하면 필요 없는 것과 소중한 것을 구별할 수 있을까. 쓰레기를 적게 만들어내며 살 수는 없을까.


보틀팩토리는 홍연길이라는 동네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안적 가치들을 제시한다. 강요는 없다. 사실 이게 명징한 답도 아니다. 같이 실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일뿐이다. 즐거운 시간은 쌓이고 있다. 서로 교류하다 보니 파생되는 질문이 계속 생긴다. 해결할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본다. 넓은 의미의 디자인이다. 유어보틀위크는 그런 축제다.


질문 있는 술집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홍연길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물어봤다.

'이 동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의 정 문화(90년대 한국)를 간직한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미래적인 가치를 제안하고 있는 것 같은 희귀한 간지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아무튼 여러모로 재미있는 동네다. 나도 괜히 프로참석러가 된 게 아니다. 애정 있게 지켜볼 가치가 있는 마을과 축제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진심으로 유어보틀위크 참여를 추천할 자신이 있다. 


"일단 너네 집에 텀블러랑 반찬통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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