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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나 Sep 03. 2021

돈은 없어도 생각은 있어야할 나이, 서른

돈이 아니라 노동에 인생을 걸어보자

요즘 사람들은 노동을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노동한 만큼 돈을 벌면 손해 본다고 생각하고, 자고 있는 사이에 돈이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외친다. 이런 이야기들을 자꾸 듣자보니까 의문이 생겼다. 노동이 그렇게 나쁜 건가? 부의 추월차선에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왜 일하면서 돈을 버는 행위가 이렇게 추락한 것일까? 사람들은 왜 맹목적으로 돈을 바라보는 걸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아실현과 노동은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한몫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을 통한 자아실현?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주말과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며 살라는 게 아니다. 워라밸, 중요하다. 자아실현과 노동을 같이 이룰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게끔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를 선택해 온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뭔지 아는가? 바로 '부럽다.'라는 말이다.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또라이 같은 동료나 상사를 매일 보지 않아도 되고 지옥철에 시달릴 일도 없으니 부럽다는 거 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는 여러 번 이렇게 반문하고 싶었다.


"한 달에 30만 원만 벌어도 부러워요?"


실제로 프리랜서 선언 이후 내 첫 달 수입은 3만 원이었다. 그리고 다음 달은 30만 원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전달에 비해 10배의 수입이 났다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도 수입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럭저럭 생활할 만큼의 수입을 벌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럼에도 당신은 프리랜서를 '선택'할 것인가?

직장인으로 살 것인가 프리랜서로 살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있다. 내가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의 자유가 좋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유보다 안정적 월급을 더 좋아한다면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서 자아실현과 노동의 연결고리에 대해 눈치가 좀 왔는가?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 또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안정적인 수입원은 우리가 생활하는데 물론 중요하다. 직장에서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그 삶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자신의 선택에 있어 스스로가 만족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하면서도 자아실현은 쉽지 않다. 하물며 그런데 적당한 연봉에 적당한 업무를 골라서 하는 일이라면 더욱 자아실현을 어렵다.


그렇다면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은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에만 속해있지 않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삶이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일 자체를 좋아하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또 발전시켜나간다. 단순히 노동을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좀 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다룬다. 이런 걸 보고 프로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보면 제3의 질풍노도의 시기인 30대 초반에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는 거다.


요즘 내 또래의 30대 전후의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주식, 부동산 열풍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물론 주식과 부동산을 적절히 잘 활용하여 자산을 늘리거나 집 하나 장만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게 세상의 전부고 이것만이 살길이라며 몰려드는 파도에 앞뒤 안 가리고 몸을 맡긴다. 서핑을 할 때는 파도의 흐름을 잘 보고 자신이 탈 수 있는 파도인지, 파도 세기는 얼만큼인지, 바람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고 몸을 던진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에 열풍 하는 2030 세대들은 파도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파도인지 가늠하지 않은 것 같다. 남들이 다 하니까, 이름 있는 회사이니까 빚을 져서라도 오르내리는 차트에 몸을 던진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서핑처럼, 우리의 젊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감각은 마비된 것 같다.


서른.

우리가 정말 명사수라면 급하게 방아쇠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총알을 준비해야 할 나이다. 삼십대의 반절이 지나고, 마흔에 가까이 걸어갈 때 튼튼하고 정확하게 인생의 한 과녁에 맞출 수 있도록 바람의 방향도 체크하고 총알에 휘어지진 않았는지, 부식하진 않았는지 살펴보며 갈고닦아야 할 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나아갈 길을 생각하며 자신일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서라도 내가 쓸모 있다는 걸 발견하는 건 꽤나 뿌듯한 일이다. 우리는 그 여정을 걸어가는 사람들이다.


돈은 없어도 괜찮다. 지금 내가 쏘아 올리려고 준비 중인 총알이 미래의 내가 명사수가 되어 정확히 맞출 거라고 생각한다. 돈은 필요한 만큼 따라올 거고. 갈고닦는 시간이 결고 꽃길만은 아니겠지만.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가? 세상에서 시끌벅적하게 얘기하는 번쩍이는 돈인가? 돈 안에 당신의 미래는 있는가? 번쩍이는 돈 안에 휘양 찬란한 당신의 미래가 정말 존재하는가? 나는 우리가 우리 인생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노동을 통해서 당신의 미래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노동에 잠식되는 삶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해 노동이라는 재능을 이용해서 말이다. 돈을 쫓아가느라 자아를 돌아보지 못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당신은 이미 돈의 노예가 된 것은 아닐까?


돈은 수단일 뿐, 목표가 될 수는 없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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