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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노래 Aug 07. 2021

[길 없는길_Album story] 노래가 된 말

싱어송라이터 솔가_ 정규 1집의 음악 이야기


노래가 된 말, 노래가 되지 못한 말들에 대한 이야기


습작의 문을 열다

앨범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완성  놓은  리스트 이외에도 지난 시간 동안 담아놓았던 소위 '습작' 꺼내 보는 일이었다. 과연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무슨 생각을 품고   생각들에 어떤 멜로디를 담아내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인 동시에 쓸만한 것들이 있다면 앨범에 담아보기 위한 정리 작업이기도 했다.  많은 ‘습작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습작!’이라는 것이었다. 습작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습작의 쓸모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자주 노트하는 습관이 있다. 뭔가 완성된 문장이나 내용을 적어놓는 경우보다는 가벼운 단어와 문장들이 나열, 그도 아니면  개의 단어들을 기록해 놓는다.  모든 것은 나중을 위해서. 그러나 그런 습작들 중에 정체를   없는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 습작의 분류 (뭐 분류랄 것도 없지만)

1. 정말 ‘말’ 그대로 문장 몇 줄 끄적여 놓은 노래

 (멜로디가 없어서 습작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2. 가사만 남고 멜로디는 사라진 노래

3. 후렴구만 만들어놓고 본 가사를 다 쓰지 못해 멈춘 노래

4. 한 번쯤 공연에서 부른 것 같지만 완성되지 않은 체 방치되다가 아리송해진 노래


'습작'에서 멈춘 곡들을 시간이 흘러 되살리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마치 지난달 쓰다만 그날의 일기를 오늘, 이어 쓰기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날의 감정과 그날의 습도, 그날의 하늘 등 내가 만난 그날을 오롯이 느끼며 오늘 다시 ‘그 느낌’을 이어 쓰기란 참으로 어려 것이다.(기억을 더듬어보면 방학 숙제로 내주었던 일기를 나는 방항 내내 미뤄두었다가 개학 전날 미친 듯이 적어서 냈던 기억이 있기는 하다. 이건 뭐 숙제니까.) 습작을 적어도 습작이라고 부르고 이렇게 슬며시 꺼내어 음악이 되게 하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느 정도는 노래의 꼴을 갖추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억이 취약한 나는 반드시 기록해 둘 것.!

결국, 내 핸드폰 녹음파일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습작은 결국 노래가 되지 못한 체 보관만 하고 있는 '미련의 폴더'가 되었다. 뭐 아주 운이 좋거나 굉장한 의지를 가지고 다시 시도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되어 또 다른 ‘오늘’과 맞닿아지는 이야기가 있다면 결국 노래가 되기도 한다. 다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때가 되면 조용히 어딘가 한 곳에 바랜 사진 정도로 놓아두는 정도 일 것 같다. ( 다시 듣다가 '내가 이런 곡을? 내가 이런 연주를 만들었다고? 라면서 놀라는 경우가 아주 간혹 존재하긴 한다.) 혹시 기획이 된다면 습작 메들리를 만들어보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다.  


결국, 내 ‘습작’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 습작을 쓸모 있도록 만드는 나의 기술과 노력의 문제였다.  기록의 기본 조건은 '다시 본다'인 것 같다. 노트와 습작이 좋은 습관이 되려면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다시 보기'단계의 행동이 필요한 듯하다. 잊어도 되는 것들이야 상관없지만 꼭 기억하고 싶다면 적어도 기록한 다음, 너무 늦지 않게(왜 기록했는지 정도는 생각날 정도의 길이가 될 것 같다) 다시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연습 혹은 훈련이 필요하다.


노래가 되고 싶었던 단어들(왼쪽), 노래가 되어 누군가와 나누었지만 기억속에서 사라진 노래(오른쪽)


노래가 되고 싶은 말들의 노래

다시 생각해보면 '습작'의 이야기는 노래가 되고 싶어 내게 온 말들과 소리들을 나는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처럼 분명 내게 온 그 언어들은 노래가 되기를 준비했을 텐데, 나는 아주 손쉽게 손을 놓을 때가 많았다. 다시 부르지 않는 노래가 될지언정 한 번은 노래가 되어야 할 말들, 말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들, 누군가의 이야기. 그렇게 완성을 해간다는 것은 그때 품었던 생각과 마음들에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다. 사랑도 노래도 최선을 다해야만 온전히 내 것이 되어가는 것 같다.


버려지는 노래는 없다.

사라지는 노래는 있다.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든 들은 사람이든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가 닿은 노래는 버려지지 않고 온전히 살아있게 마련이다. 다만 삶의 흐름 안에서, 마음의 변화 안에서 다른 노래가 들어와 조용히 사라지는 노래는 있는 것 같다. '완성된 노래'도 그러한데 '습작'은 더군다나 조금 더 쉽게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미련으로 그것을 붙들려고 할 필요도 없지만 그것을 완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분명히 노래가 되고 싶은 말들은 다시 나를 찾아와 그렇게 누군가를 향한 노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기로 해본다.


이번 앨범은 수많은 노트 가운데 노래가 되지 못했던 말들이 천천히 노래가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노래가 되고, 되었을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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