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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노래 Aug 03. 2021

[길 없는길_Album story] 프롤로그

싱어송라이터 솔가_ 정규 1집의 음악 이야기

음악가,

그 한 사람이 되어가는 작고 소박한 이야기.


"나는 어떤 음악가인가" 다시 물음 위에 서다.

'뮤지션' 혹은 '음악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산지 꼬박 10년차가 되어간다. 처음 시작할때는 조금 어설프거나 서툴러도 늦깍이 뮤지션이라는 말이 적당한 핑계가 되어 주었고 스스로 적당한 위로를 삼으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덧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계획도 많고 준비한 것들도 많았지만 여러가지 우여곡절의 시간을 보내면서 한 것보다는 못한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생각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다. 모든 것을 빠르게, 제 순간에 해내고야마는 내 삶의 패턴에서 유독 더디고 더딘 것이 음악이었다.


그러나 더지지만 걸어지는 것이 음악이었고 그 10년의 시간동안 음악은 내 언저리 어딘가에 있었다. 강정의 구럼비위에서도, 지진으로 무너진 히말라야의 고도위에서도, 쓰나미로 쓸려나간 필리핀 작은 섬의 귀퉁에서도, 삶의 생존을 위해 싸우는 현장에서도,  작고 소박한 이웃들의 삶 언저리마다 내 노래는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비로소 다시 누군가에게 들려질 노래가 되는 또 ‘다른  첫 걸음’을 걷는다.


10년을 잇는 노래


2012년 첫번때 EP <솔가_바람의 노래>는 거칠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참 솔가스러운 앨범이었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빠르게 담아서 나누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음반을 내 놓았다. 녹음했던 음원들이 다 날라가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부랴부랴 편곡을 바꾸어 기타 한대에 모든 것을 다 담았다. 그리고 정규앨범으로 내려고 준비했던 몇 곡을 빼고서 부랴부랴 기한(?)내에 발매를 맞췄다. 그 발매 기한이라는것은 발매 당일 제주에서 50명의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에서 앨범을 전하기 위한 ‘약속’의 발매일이었다. 앨범 발매 일자에 맞춰 제주 공연을 셋업해 놓고 따끈한 신보 앨범을 제주에서 처음 개봉한 것이다. 그렇게 무모하리 만큼 빠른 속도감이 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첫 앨범을 응원하며 도와준 프로듀서가 나의 그런 ‘기한’에 놀라며 “넌 무슨 음악을 삼성처럼 하니~” 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었다. 마음이 앞서고 서툴렀던 시간. 그러나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앨범도 지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모르는 것이 무모하지만 용기일때가 있다. 덕분에 사라진 곡들도 있지만 덕분에 살아남은 곡들이 있다. 무대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 10년 만에  기지개를 펴고 이제사 세상 밖으로 나온다. 숲에서, 바다에서 만든 날것의 소리들이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로 다시 10년후의 지금으로 들어오는 중이다.


솔가로 온전히, 그 온전한 음악으로


첫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나는 수많은 물음앞에 놓이게 되었다.


'내 음악은 어떤 것일까?'

‘그 동안 내가 만든 음악이 고작 이만큼인가?'

‘이 앨범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등.



뭐 일일이 따지면 더 많은 물음과 고민들이 있었고 어떤 물음들은 차마 남들앞에 꺼내놓기도 더 민망한 물음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물음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작업을 한다면 아마도 죽기전에는 앨범을 만들지 못하고 끝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빼고는 제법 진취적이고 제법 저돌적인 내가 음악앞에서만 유독 작아지는건 왜일까? 라는 또 다른 물음과 함께 이번 작업은 조금더 나 다운 방식이어야했다. 일단 하기로 결심하면 앞뒤 안보고 시작해 버리는, 음악 앞에서도 다시 나다운 무모한 방법으로 말이다.


나는 음악가 이전에 ‘솔가’라는 사람임을 일깨워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이건 현재 진행형이다) 음악 앞에서 작아지는 내 자신을 마주할때마다 친구들은 내게 말했다.

“솔가는 음악 이전에도 솔가였고

 음악하는 지금도 솔가고

 넌 그 자체로 솔가인거야.”


이 음악은 나일 수 밖에 없으며 나밖에 만들 수 없는 노래이자 이야기라는 사실을 내가 오롯이 받아들이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내가 보낸 10년이 그것을 인정하기 위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후에 나는 또 반복적으로 그런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겠지만) 그래도 이번 앨범에 있어서만큼은 온전히 나를, 내 음악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다.


처음 내놓은 음악이, 나누고 싶은 누군가를  위한 앨범이었다면, 10년이 지난 세상과 마주하는 <길 없는 길>은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또 다른 첫걸음이다.  삶에서 노래로, 노래에서 다시 원형의 삶으로, 나 스스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여정의 결과물이다.


온전히 당신을 믿어요
  온전히 당신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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