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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은 처음이라 불안한 당신에게

새로 시작하는 마음 가짐에 대하여

by 진달

이번 연재 글의 마지막 글인 만큼,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담는 게 맞을 것 같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나올 결심을 했을 때, 나는 인생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할 각오를 한 상태였다. 물론 각오를 했다 해서 불안감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나는 미국에 나오기 직전까지 돌무더기 같은 걱정들에 짓눌려있었으니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정말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새로운 공부도 무서운데, 거기다가 그걸 영어로 해야 되고, 인턴은 또 어떻게 구해야 할 것인가. 나는 한국에서 그래도 좀 조용하게 내 할 일 잘하면서 작은 바운더리 속에서 살아왔는데, 미국에서는 외향적으로 해야 살아남는다고 그러고. 외향적이면 또 얼마나 외향적이어야 할라나. 미국 물가는 또 엄청 비싸다고 하지, 환율도 우리 편이 아니지, 생전 처음 가보는 도시에 혼자 이민 가방 두 개 끌고서 혹시나 가는 길에 뭐 잘못되면 도와줄 사람도 없지. 내가 두고 가는 기회비용은? 내가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 한국에서 쌓아온 경력과 직함, 친구들 그룹, 부모님, 가족들. 결혼해서 가족과 나오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혼자다.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기댈 곳 없이 모든 걸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소름 끼칠 만큼 실감이 났다.





내가 정말 걱정에 둘러싸였을 때, 내가 본능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있어서 여기에 몇 자 남기고 싶다. 이 행동들로 인해 나는 정말 많이 괜찮아졌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 같은 프로그램 졸업생 선배들

우선 나는 사람들을 찾았다.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들었고 지금은 졸업을 한 한국인 분들을 찾아, 먼저 커피챗을 하자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그냥 진짜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될지 모르겠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때 이 커피챗을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내가 연락했던 분들은 다들 정말 반갑게 연락을 받아주셨고, 기꺼이 시간을 내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리소스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학교에서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리소스, 학생으로서 유용한 리소스, 그리고 본인의 지인 연락처까지 보내주시면서 '그 지역에 있으니까 한 번 연락해 보라'고까지 하셨다.


그렇게 알음알음 소개받아 이야기 나눴던 분들의 조언 덕분에 나의 용솟음치던 불안이 많이 가라앉을 수 있었다. 특히 처음 석사 생활을 시작하며 느낄 수 있는 불안이나 초조함이 다들 느꼈던 감정임을 깊이 공감해 주셨고, 어떻게 눈앞에 놓인 여러 가지 과제들을 저글링 할 수 있었는지 각기 다른 팁들도 알려주셨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니, 나에게 맞는 방식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고, 어느 한 사람이 선택한 길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정보도 정보지만,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괜찮다고 말해줄 공감 어린 한 마디였을 수도 있겠다.



| 학교 커리어 센터 & 커뮤니티

그리고 학교 리소스를 적극 활용했다. 내가 납부하는 학비를 뽕 뽑고 싶어서 더 열심히 알아본 것도 있지만, 학교에는 훌륭한 리소스들이 많다. 우선 커리어 센터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는 레주메를 첨삭해주기도 하고, 모의 인터뷰를 진행해주기도 한다. 미리 예약해서 진행이 되며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둘 다 가능하다. 나는 레주메 첨삭도 여러 차례 받으며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수정을 거듭했고, 인터뷰가 잡히기 전이었음에도 간간히 모의 인터뷰를 예약해서 입을 푸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인터뷰는 technical interview보다는 behavioral 인터뷰를 위주로 봐주기는 하지만, 돌발 질문에 대한 나의 순발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 외에도 학업계획 세우는 것 자체를 도와주는 센터도 있고, 대학원생을 위한 센터도 있고, 한국인 석박사 유학생들 커뮤니티도 있고, 여성 엔지니어 협회 같은 것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소속감을 느끼고 도움을 받을 곳이 이렇게 많이 있다.



| 학교 Faculty

학과장님에게도 자주 찾아갔다. 나 같은 사람들 워낙 많이 만나보셨을 것 같은 학과장님을 찾아가서 진로 변경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커리어나 생활 전반에 관련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학과장님은 따로 Office Hour가 있었는데 이 시간에는 수업 관련된 것 외에도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 내가 추가로 도움 받을 수 있는 리소스에 대한 질문, 혹은 아무 대화나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시간이다. 학과장님과의 대화가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학교 안에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나의 불안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 외에도 교수님들 Office Hour에 시시때때로 찾아가서 수업에 대한 질문도 할 겸 수다를 떨기도 하고, 친해지는 기회를 많이 만들기도 했다.



| 심리 상담 센터

학교 심리상담 센터도 있다. 학교에서 운영되는 것은 웬만하면 무료로 진행되며, 그냥 이것도 가끔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찾아가고는 했던 곳이다. 사실 1학기 중순쯤 룸메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이 상담이 큰 위로가 되었다. 안 그래도 학업에 취준에 신경 쓸 것이 많은데, 내가 사는 공간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긴장감까지 더해지니 이건 누구한테 말 안 하고는 못 배길 수준이었던 거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학업적 불안으로 심리 상담센터를 찾는 편이고, 센터에서는 'Imposter Syndrome'을 다루는 프로그램, 명상 프로그램 등 정서적 지원을 돕는 프로그램도 있으니 알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되는 것 같다. 나는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을 넓혀나갔다. 사람들을 모르면, 아는 사람을 많이 만들면 되는 거다.


그러고 나서는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내가 가야 할 저 멀리 있는 목표만 보다 보면 숨이 턱 막혀올 때도 있고, '저걸 언제 이루지'하는 생각에 압도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목표를 잘게 쪼개서 '오늘 자기 전에 할 일들' 정도로 작고 꾸준한 나의 성공 기록을 만들어 가면 도움이 된다. 생각을 안 하고 그냥 해야 된다. 나도 생각이 참 많은 편인데, 생각을 하면 '안 될 케이스'가 자꾸 스멀스멀 떠올라서 정신건강에 해롭다.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에도 그냥 꾹 누르고, 그냥 오늘 할 일을 하면 된다. 영영 나아지지 않을 것 같던 실력도 1년 뒤에 되돌아보면 나아져 있을 거다. 그냥 그렇게 프로세스를 믿고 나는 오늘 하루를 살면 된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 행복을 허락해 주고 말이다. 모쪼록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모두 행복한 유학 생활을 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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