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전공자가 미국 빅텍에서 리턴 오퍼 받은 소감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by 진달

오늘, 여름에 일했던 빅테크 회사에서 리턴오퍼를 받았다.


| 리턴오퍼를 기다리던 나의 마음

이번 글에서는 리턴오퍼를 기다리던 나의 모습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사실 오퍼를 기다리면서 많이 쫄렸다. 미국의 이민 정책은 계속 바뀌고 있고, H1B 관련된 뉴스가 나왔을 때는 얼마나 '헉' 하던지. 곧 있으면 오퍼가 오겠지, 싶으면서도 정확히 언제 받을지 모르니까 일단 다른 회사들에도 지원하면서 다시 취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 비해서는 당연히 여름 인턴도 했고, 수업도 열심히 들었고, 실력도 쌓였고, 상황이 훨씬 나아진 것은 맞는데 내 마음속의 불안은 왠지 모르게 더 커졌다. 졸업이 슬금슬금 다가오면서였을까.


여름에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했던 친구들이 리턴오퍼를 받는 걸 보면서 내 마음이 더 초조해졌던 것 같다. 회사마다 시기가 다른 건 당연한데도, 나름 최근에 나왔던 레이오프 관련 뉴스 때문에 마음이 더 조급하기도 했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때는 더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잡서칭 관련 힘든 소리는 아무한테도 안 하고 혼자 앓고 있었다. (그래서 글도 영상도 좀 뜸했습니다)




| 작년 vs 올해

작년에는 모든 것이 즐거웠던 것 같다. 새로 사귀는 친구들도 좋고, 서로 문화 교류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면접을 보는 것도 그냥 그렇게 영어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신기했고, 학교에서 교수님과 TA와 영어로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 커리어 페어에서 인사 담당자랑 대화를 나누는 것, 그 하나하나에도 큰 성취감을 느꼈다. 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었고, 모든 게 다 유익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드니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더 똘망똘망하게 깨어있는 상태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새로움이 주는 자극과 성취감이 잔잔해지고 나니 그 자리에 남아있는 건 또다시, 불안이었다. 그러고 나서 깨달았다. 유학을 나온다는 건 끊임없는 불확실함과 마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상상은 해봤지만, 직접 마주하고 나니 생각보다 그 불확실함의 크기가 더 크다. 가장 크게는 내 신분. 그리고 나아가 거주할 지역도 어디가 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고 느낀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이곳에서 연애를 시작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미국은 참 땅덩어리가 넓어 서로의 거처가 관계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다 보니 이게 정말 큰 주제이긴 하다. 취직을 어느 도시로 할지 정해지지 않은 둘 다 학생인 경우에는 관계를 시작하는 것조차 굉장히 고민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어쨌든, 익숙함이라는 울타리를 나오고 나니 미국에서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매일같이 맞닥뜨린다. 주로 내가 나를 멱살 잡고 끌고 가기 위해 내가 스스로 만드는 도전이기는 하지만.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수업들은 작년에 들었던 기초 과목들에 비해 난이도가 급상승해서 (CS 전공과목 중에서도 난이도 극악으로 정평이 난 수업에 등록해 버렸다) 과제를 하는 것부터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 경영대 연구실에 RA로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해서, 이제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RA까지 병행하는 상황인데 이 모든 걸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종종 나를 치고 올라온다. 면접을 준비하는 것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는다. 계속 준비하고, 다시 복습하고, 익숙해지고, 그러다가 또 모르는 문제가 나오는 도돌이표를 반복한다.


면접을 보는 과정도 그렇다. 1차가 붙으면 기쁘면서도 '와, 2차 어떻게 준비하지' 하면서 금세 걱정을 하고, 그렇게 2차가 무사히 끝나면 '와 붙었다, 진짜 잘했다. 근데 이제 3차를 준비해야 되네' 하면서 또 걱정을 한다. 하나하나의 성취가 새로운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내가 내 성취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래도 불안과 불확실함 속에서 나를 계속 밀어붙이고, 나태해지면 채찍질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겠지.




| 나름의 결론

그래서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게 유학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봤을 때 모든 건 마인드 싸움이라는 거다.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거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나부터가 나에 대해 확신이 없고 자신감이 없으면 나를 믿어줄 사람은 없다는 거다. 못하면 배우면 되는 거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는 거다. 당연히 새로 배우는 것 투성이라서 모르는 게 많은데, 그러니까 배우러 왔지.


생각해 보면 인생에 이만한 도파민 파티가 없다. 나를 내가 끌고 가면서 레벨 업 시키고 있는 기분인데, 그게 이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오늘도 한 회사에서 면접을 봤는데, 너무 가고 싶은 회사 중 하나였어서 면접 전부터 좀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대답을 잘 못해서 망신당하는 건 아닐까" 따위의 걱정이었다. 근데 좀 걸으면서 생각해 보니 금세 생각이 전환되더라. "이건 되게 좋은 기회잖아. 최선을 다해서 보면 된다. 그냥 이 기회 자체도 너무 감사한 거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경험이 어디 안 간다. 인생 재밌지 않냐, 내가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회사에서 면접을 볼 거라고 그냥 꿈만 꿨는데, 진짜 면접이 잡혔네. 너무 잘했다." 하면서 말이다. 생각은 정말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내 마음가짐을 다듬어 간다.


인생은 어찌 됐든 불확실함 투성이일텐데, 그냥 그 파도를 더 마음 편안하게 즐기면서 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은 파도에 치여 가라앉지 않기 위해 버둥대며 헤엄치고 있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곧 서핑 보드 위에서 유유히 파도를 즐기는 서퍼처럼 여유롭게 이 파도를 탈 수 있게 되기를. 컴퓨터 배우러 왔다가 인생을 더 배우고 있는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국 유학 나와서 빨리 적응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