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아. 엄마는 지금 출장 다녀오는 길. ktx 열차 안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오랜만이야. 너도 어린이집에 적응하고 엄마도 직장인으로 고군분투하느라 그간 편지가 뜸했네.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고생 많았다 우리 가족.
너를 돌보는 것과 회사에서 성과를 내는 것, 두 가지 모두를 잘 해내고 싶어서 엄마가 고안한 방법은 내가 속한 장소에 충실하는 거였어. 회사에서는 회사 일에 집중하고, 퇴근해서 집에 오면 너와 노는 것에 충실하고. 그렇게 내가 있는 장소에서 몰입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더라. 심플하고 말이야.
일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나의 일과는 더 단순해진 것 같아. 너를 돌보고 일을 하고. 하루는 정확히 이등분이 되지. 미뤄둔 집안일이나 휴식은 너를 재우면서 잠들어버리면 사실 중요한 것이 아닌 게 되어버려. 삶은 어쩌면 가족과 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 사이에서 방황했나 싶더라고.
납작해진 삶 속에서 나는 ‘지금’을 사는 법을 배우고 있어. 네가 없었다면 아무도 내게 가르치지 못했을 거고 난 또 먼 미래나 과거 어딘가에 살았을 거야. 또 나는 너를 통해 배우는구나.
열차가 어찌나 빠른지 해지기 전 집에 도착할 것 같아. 앞자리에 너와 비슷한 또래 아이가 앉아 있어. 우리도 곧 기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을까? 압축된 일상 가운데서도 종종 편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