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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 Nov 11. 2021

실수처럼 보이는 게 더 맘에 들더라고

<프렌치 디스패치>_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 봐.

프렌치 디스패치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를 찾는 일은 나의 오래된 취미이다. 그곳에 가면 이유 없이 마음이 편해져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곳에는 여전히 선명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기억 속 조각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거닐던 운동장 한 켠의 산책로와 왜인지 끊임없이 어긋나기만 했던 누군가의 마음과 지금 기억해도 순간 저릿해지는 기분이 차오르는 깊은 상처의 순간을 다시금 마주할 수 있다. 다시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걸 까마득하게 모르던 그 시절, 그저 빨리 시간이 흐르기만을 간절히 바라던 그때 혹은 잠시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던 어린 날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다는 건 꽤나 신비로운 경험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살아 숨 쉴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도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영원히 지속될 거라 자부했던 마음이 점차 차갑게 식어가고 사그라들고 마는 것처럼.


* 본 포스팅은 디즈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예고편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뉴스레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다!

20세기 초 프랑스에 위치한 오래된 가상의 도시 블라제
다양한 사건의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미국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
  
어느 날, 갑작스러운 편집장의 죽음으로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당신을 매료시킬
마지막 기사가 지금 공개된다!



영화는 착착-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삶의 다양한 사건과 마음을 찍어냈을 기계는 이제 편집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의 유언에 따라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발행만을 남겨두고 있다. 휴가를 즐기던 편집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는 한적한 골목에 높이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의 낡고 빛바랜 외관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정취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마지막 발행본을 발행하기 위해 모인 매거진의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은 그들 각자가 취재한 4개의 특종을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시선으로 하나 둘 펼쳐내기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동네 구석구석을 담아내는 기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목받지 못한 채 감옥살이를 하게 된 천재 화가와 그런 그의 감각을 알아본 교도관이자 뮤즈의 이야기, 학생 혁명을 이끄는 리더와 냉정하고 현실적인 기자의 예측 불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유명 셰프를 취재하다 휘말리게 된 범죄 사건까지 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디테일하고 아름다운 미장센과 더불어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독창적인 연출 기법과 다채로운 색감으로 완성된 그만의 환상적인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예술적인 무대와 이야기로 전개되는 네 편의 에피소드 중 단연 마음을 사로잡은 에피소드는 감옥을 주무대로 펼쳐지는 천재 화가와 그의 재능을 단번에 알아본 교도관 그리고 비운의 천재 화가를 모두가 열광하는 스타 화가로 만들어 낸 미술 거래상의 이야기였다. 사방이 막혀있는 창백한 공간에서 기꺼이 자신의 날 것을 드러내며 모델이 된 교도관과 그 모습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캔버스 위에 색을 입혀가는 화가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에피소드는 삶의 아이러니한 순간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감옥에 갇히고 나서야 모두가 인정하고 열광하는 천재 화가가 된 화가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누군가의 뮤즈로만 머물러야 하는 교도관의 삶, 옥살이 중 미술 거래에 재능을 발견한 거래상의 모습과 범죄자의 작품에 열광하며 수많은 돈을 지불하는 관객의 시선까지 차갑고 어두운 흑백과 감각이 돋보이는 색감을 오가며 영화는 삶의 아이러니한 순간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차근히 쌓아 올린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며 써 내려간 수많은 페이지의 마지막 장만을 남겨놓은 그들은 한 곳에 모여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매거진의 운명과 더불어 그들의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을 편집장의 삶을 겸허히 추모한다. 살아생전 벽면에 단호히 적어 놓은 울지 말 것, 이라는 문구처럼 한 데 모인 그들은 어떠한 동정이나 연민, 슬픔과 안타까움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마음 안에 묻어둔 채 그의 마지막 페이지를 완성하기 위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 앉아 열띤 토론을 시작한다. 영원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도 언젠가는 낡고 사라져 버리고 말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희뿌연 흑백의 모습으로 변하게 될 테지만 겸허히 지금 이 순간의 최선을 남기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결심. 누군가의 우연과 운명을 가만히 조명하며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나가는 것. 실수마저도 의도적으로 한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 보라는 영화의 위트 있는 삶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 본 포스팅은 디즈니 코리아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월 인스타그램 

사월 유튜브 <사월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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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3살 두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담아낸 시나리오집입니다.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면서도 변화하는 자신의 몸에 당혹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평생 함께 할 거라 자신했던 친구와의 관계는 해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합니다. 언젠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서로를 몹시도 싫어하는 줄만 알았던 부모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랑과 믿음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보여주기도 합니다. 너무도 가까워서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나리오입니다. 독립출판으로 만들어낸 책이기에 독립 책방과 제가 직접 보내드리는 구매 신청 폼에서만 책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책 판형 : 120mm X 16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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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본 : 무선제본

가격 :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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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말로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꾹꾹 눌러 담아냈습니다.

부디 독자님들께 그 마음이 가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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