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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Oct 06. 2023

12명만 초대한 진짜 스몰웨딩 (상세 편)

우리의 결혼식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식구들 사이에서 재밌는 얘깃거리다. 나와 신랑이 머리 싸매어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결혼식이라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이 글을 통해 그 내용을 공유려 한다. 작은 결혼식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했다.


1. 초대손님


각자의 직계가족 + 베프 1명씩 초대해서 총 12명이다.

신랑 측이 총 7명, 신부 측이 총 5명


2. 장소


워커힐 호텔의 중식당 금룡

전망이 보이는 가장 넓은 룸으로 예약했다.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이 13명이었는데 테이블을 큰 걸로 바꾸면서 14명이 되었다. 덕분에 신랑신부의 베프들까지 초대할 수 있었다.



3. 청첩장


손님을 초대하지 않으니 청첩장이 필요 없다. 늦은 결혼이라 여기저기 연락하기도 민망하고 코로나 시국 축하 자리를 마련할 수도 없었다. 연히 축의금도 받지 않았다.


 •대신 결혼 알림장


 초대하진 않지만 결혼한다고 알리긴 해야 해서 알림장을 만들기로 했다. 일반 청첩장의 우아하고 정중한 멘트보단 실리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주로 묻는 질문을 10개로 추려 Q&A 카드를 만들었다. 신혼집은 어딘지, 남자는 어떻게 만났는지, 고양이는 어떻게 할 건지 등. 모바일 이미지 편집앱으로 금방 후다닥 만들었다. Q&A 카드를 받으면 대부분은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다. 일일이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4. 웨딩드레스


평소에도 입을 수 있을만한 흰색 투피스 정장 샀다. 브랜드는 질스튜어트. 아웃렛 매장에 50만 원 정도 줬다. 신혼 여행할 때 가져가 입었고 요즘도 봄여름에 종종 입는다.



5. 스튜디오 촬영


안 했다. 스드메 상품 자체를 알아보지 않았다. 주변에서 정말 안 해도 되겠냐고 몇 번이나 물어본 부분이 스튜디오 촬영이다. 예쁜 옷과 예쁜 표정의 사진을 날씬하게 보정 처리해서 평생의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신혼부부가 가지고 있는 비슷한 자세, 비슷한 분위기의 사진은 싫었다.


 •대신 결혼식 스냅샷


결혼식 당일 스냅샷 사진기사를 불렀다. 워커힐 호텔에서 사진 찍어본 경험이 있는 분이었다. 실은 결혼식 스냅샷으로만 신청한 건데 1시간 반 정도 일찍 오시더니 워커힐 호텔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면서 찍어 주셨다. 대만족!



6. 메이크업


호텔 회원권에 호텔 내부 미용실 50% 할인권이 있었다. 과할 필욘 없어서 하객 메이크업으로 했는데 할인권을 써서 그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랑 화장은 떡지고 내 얼굴도 촌스러 보였다. 그래도 뭐.. 저렴하게 구색은 갖출 수 있어서 상관없었다.


7. 부케


목화으로 했다. 부케 받을 구가 있었는데 12명에 들지 못해 당일에 초대하지 못 했다. 언젠가 던져 줘야 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꽃이어야 했다. 드라이플라워는 화학처리해서 싫었고 조화는 플라스틱이라 싫었다. 그에 반해 목화꽃은 잘만 보관하면 2년은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 1년 뒤 결혼식 당시의  목화꽃으로 친구에게 스했다.


8. 웨딩반지


 나무로 만들었다. 아이디어스에 의뢰해서 제작했다. 비싼 브랜드 반지보다 결혼 반지의 원래 목적인 신랑 신부의 결합을 의미하는 수준에서 준비했다.



9. 웰컴 기프트


신랑의 버릴 옷 중에 순면으로 된 남방을 잘라 비즈왁스랩을 만들었다. 몇 번 만든 적이 있어서 금방 할 거 같았는데 12개나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10. 식순


한국 전통 혼례를 따랐다. 그대로는 아니고 간단하고 우리에게 맞게 변형했다.  6분 남짓 걸렸다.


1. 점촉 : 어머님들 초에 불 붙이기
2. 전안례 : 신랑이 장모에게 기러기 전달
3. 서배우례 : 아버님들 신랑신부에게 술을 따라 줌 ( 이때, 술 대신 귤피차  )
4. 합근배례 : 청실홍실 엮은 거 사이에 덕담종이 끼우기
5. 서부모례 : 부모님께 인사
6. 성혼선포 : 반지교환 및 부부 됨을 선포


원래 한국전통혼례 식순은 훠얼씬 길고 복잡하다.


 • 소품


기러기, 청실홍실, 초를 샀다.


기러기는 신랑이 기러기 한 쌍처럼 잘 살겠다는 의미로 장모에게 드리이다. 눈알이 무섭지 않고 싼 티 나지 않는 나무 기러기를 찾느라 한참 헤매었다.


초는 촛대 때문에 고민했다. 평소 쓸 일 없는 촛대를 사려니 아까웠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힌트를 얻어 집에 있는 크리스탈 유리잔을 뒤집었더니 촛대로 쓸 만했다. 그 안에 신랑이 청혼할 때 줬던 꽃다발의 꽃잎을 따서 넣었더니 예쁜 촛대가 되었다. 덕분에 초만 살 수 있었다. 초는 지금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마다 꺼내서 재활용하고 있다.



11. 식사


 인당 27만 원의 코스 요리로 준비했다. 결혼식 비용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다. 좀 더 저렴하게 예약하려고 워커힐 호텔 회원권을 구매했다. 금룡은 짜장면이 맛나다던데 코스 요리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웠다.


12.


나와 신랑이 직접 진행했다. 깔끔한 진행을 위해 스크립트를 작성했다. MC 잘 보는 지인에게서 피드백 받아 간결하고 깔끔하게 다듬었다. 결혼 전날 새벽 1시까지 신랑과 연습했다. 완전히 외우지 못해서 식탁에 태블릿을 두고 커닝했다. 부자연스러울진 몰라도 마음 편했다.


13.  외 금룡의 서비스


금룡에서 자리 명패와 코스요리가 적힌 카드를 제작해 줬다. 카드 디자인은 건드릴 순 없지만 내용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서 식순도 함께 넣었다. 우리 둘의 그림도 넣었는데 웨딩반지처럼 아이디어스에 의뢰했다.


마지막 디저트의 레터링 서비스도 있었다. 7글자 정도 작성 가능하다고 해서 한용운의 사랑 그릇마다 다른 구절로 요청했다.


봄물보다 깊으리라
갈산보다 높으리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그 외 플라스틱 빨대를 빼달라, 코스요리 설명은 간단하게 해 달라 등 소소한 요구사항도 매우 흔쾌히 들어주셨다.



14. 상견례


결혼식 전날 호텔 로비에서 커피 한 잔으로 인사 나눴다. 실은 이마저도 생략하려고 했다. 늦은 결혼이라 부모님의 허락이 무슨 필요가 있어라는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결혼식 당일에 처음 만나는 게 더 어색할 듯해서 전날이라도 상견례를 한 것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에 걸려 당사자 없이 네 분이서만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셨다.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 우린 아직도 모른다.


15. 비용 총 정리


627만 원.


2년 전 기록과 기억을 떠올리며 작성한 거라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600만 원 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호텔 회원권 - 50만 원

식사 - 284만 원 (회원권 할인)

메이크업 - 26만 원 (회원권 할인)

호텔 숙박 - 26만 원 (2객실, 회원권 할인)

기타 소품 - 15만 원 (기러기:4, 초:2, 청실홍실:1 등)

스냅 - 32만 원

웨딩반지 - 4만 원

부케 - 10만 원

신랑 예복 - 100만 원

신부 웨딩 정, 봄코트 - 80만 원




글로 정리하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레터링 문구 찾느라 둘이서 오만 노래 가사와 시를 검색했었다. 결혼식 전날, 이제 그만 자고 싶다며 침대에 드러누운 신랑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연습하자며 새벽 1시까지 붙들고 있었다. 메이컵 할인권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토요일 저녁 강북에서 강남을 뚫고 갔다 오는 데 3시간을 차에서 비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다 준비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다.


스몰 웨딩으로 검색하면 최소 인원이 50명 정도이고 작아도 갖출 건 다 갖춰서 비용이 일반 예식과 다를 게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결혼식을 컨설팅해 줄 만한 업체나 식장은 찾기 힘들었다. 이 글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예비부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2명만 초대한 진짜 스몰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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