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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Oct 23. 2024

글로 배운 미니멀리스트 육아

 미리 말지만,

 이 글은 실전 육아 전, 이상적인 미니멀리스트 육아를 꿈꾸며 쓴 글임을 명시한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로만 웠을 뿐이다. 왜 육아는 템빨이라고 하는지 체감하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철없는 생각임을 잘 알고 있으나, 나는  미니멀리스트 육아를 하고 싶을 뿐이다.


 몇 주전부터 출산과 육아 관련 책, 전문가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정보를 얻고 있다. 아이의 발달 과정과 성장에 필요한 부모의 행동 지침은 너무나도 방대하고 복잡하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은 왜 이리 많은지.. 끝도 없다. 그 와중에 나는 항상 "이 물건을 필요 없답니다"가 눈에 띈다. 그래? 다들 필요하다는 이 물건이 필요 없다고!! 잘됐다!! 빼자!!


 대부분 요긴하게 쓰고 일명 국민템이라는데 전문가가 필요 없다고 한 것들을 정리해 봤다.


유축기

 유축기는 출산준비물 중에서도 첫 번째 필수템이라고 할 수 있다. 유축기는 아기가 직접 빨지 않고 기계를 통해 젖을 짜는 것이다. 아기가 소화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젖이 돌게 되면 젖몸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남은 모유를 유축기로 비운다던가, 남편이 모유를 줄 수 있도록 미리 유축기로 모유를 저장해 놓으면 그 시간을 쉴 수 있으니 매우 요긴하다. 지만 첫 1~2주일 동안 모유직수를 통해 수유 패턴을 잡으면 유축기는 필요 없다고 한다. 유축기는 아기와의 상호작용 없이 모유량을 결정해 버리기 때문에 수유 내내 유축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계속 유축기로 젖을 비워야 하 악순환으로 이어지니 처음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고 아기가 직접 젖을 빠는 직수를 선택한다면, 유축기는 필요 없다.


젖병, 젖병소독기, 젖병 걸이 등

 이렇게 모유직수를 하게 되면 수많은 젖병과 분유 아이템들은 모두 필요 없는 셈이다. 신생아 육아 vlog 보면 부엌 한 켠을 하나의 zone으로 마련해서 물건들을 가지런히 두고 소개한다. 내겐 다 청소거리로만 보일 뿐이다. 신생아 엄마들은 너무나도 피곤하고 자고 싶겠지만, 그래도 가슴 풀어헤쳐 젖 물리고 마는 게 낫지 않을까. 아기가 자는 동안에 쉬지 못하고 짬내서 하는 젖병 설거지소독하는 것보다는 말이다.


모빌, 초점책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빌과 초점책의 역할은 시각 활동에 따른 두뇌발달이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똑같은 모양으로 놓여 있는 모빌과 초점책은 아기의 두뇌발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손을 아무리 뻗어도 만져지지 않는 모빌은 되려 아기의 자극 발달에 좋지 않다고 한다. 가장 좋은 모빌은 엄마아빠의 다양한 표정의 얼굴과 스킨십, 자연 속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꽃이다.


손싸개, 속싸개, 스와들업

 신생아는 많은 움직임으로 근육 두뇌를 발달시킨다.  신생아 육아의 필수템 중에 이런 움직임을 통제하는 물건이 많다.

 손싸개는 아기가 움직이다가 손톱으로 자기 얼굴에 상처 낼까 봐 씌운다. 아기를 움직이지 못하게 감싸 뱃속의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모로 반사로 잠에서 깨 말라고 스와들업과 속싸개를 신생아 기간 내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가락, 팔, 다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눈으로 손가락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 손가락 끝 감촉으로 물건을 만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발달 자극이다. 러니 아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육아템도 방출템!

 

역류방지쿠션, 바운서

 소위 역방쿠는 없는 집이 없는 대표적인 국민템이다. 본연의 역할도 있지만, 하얗고 폭신한 역방쿠 위에 아기를 올려놓으면 사진 찍기 딱 좋다. 

 신생아의 모든 움직임은 중요하다. 딱딱한 바닥이나 침대 위 누운 상태에서 이리저리 비틀고 움직이면서 발달시킨 등근육을 기반으로 목가누기, 뒤집 등 다음 움직임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역방쿠나 바운서는 폭신하고 옴폭 들어가 있는 구조라 아이가 편하게 누울 수 있을진 몰라도 움직임의 한계가 있다. 즉, 신생아 근육 발달에 좋진 않다. 게다가 최근 뉴스에서 돌연사 원인으로도 지목하니 굳이 남들 따라 살 필요가 있을까. 


범보의자, 졸리점퍼, 보행기

 아기의 앉고 걷고 서는 동작을 돕는 육아템이 많다. 100일 잔치를 위해 범보 의자에 앉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신생아는 본능적으로 근육 발달 순서에 따라 움직이는데 누워서 발달하는 근육이 바로 다른 근육의 기초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가 아무리 좋아라 해도 무릎 위 둥가둥가조차도 하지 말라고 한다. 신생아는 본능적으로 차근차근 알아서 성장하고 있으니 옆에서 응원하고 한쪽으로만 움직이지 않도록 장난감으로 유도만 하면 된다. 빠른 성장을 도와준답시고 뒤집기 못하는 아기를 앉히거나 앉지 못하는 아기를 걷게 하는 것은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잘 됐다! 크기도 클 뿐 아니라 생긴 것도 요란해 정신 사나웠는데 안 사도 되겠다.


아기용 바디워시 & 샴푸 & 보습제

 친환경, 저자극, 오가닉의 아기용 목욕용품이 독일, 북유럽 등 환경 선진국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여 깜짝 놀랄 만큼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모든 부모는 돈을 떠나 가장 안전하고 좋은 제품을 선택해서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을 예방하려 한다. 하지만, 돌 전까지 세정제는 필수가 아니다. 엉덩이와 지저분한 부분에만 사용하면 된다. 뭐든 최고로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이용한 값비싼 오가닉 제품 말고 싸고 대중적인 도브 비누 하나면 충분히 저자극이며 온몸을 씻을 수 있다. 한, 보습제는 되려 피부를 더 건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필수가 아니다.


콧물 흡입기

 요즘 애들 중에 코찔찔이는 찾아볼 수 없다. 길 가다 그런 애를 보면 아마 더럽기보단 귀여울 거 같다. 그 정도로 희귀해졌다. 육아템을 알아보다가 뭐 이런 거까지 만드냐 했던 물건이 콧물흡입기다. 코 닦는 거까지 전기를 쓴다고? 뭐야~ 했는데 생각보다 국민템이다. 하지만 대부분 의사들은 권하지 않는다. 기계로 빨아들이는 콧물 흡입기는 흡입 과정에서 점막을 건조하게 서 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위험을 무엇하러 감수하는가. 코찔찔이가 되는 게 낫지.


 언급한 물건 외에도 많다. 분유제조기 대신 모유수유, 거실매트는 1층이라 패스, 물티슈 대신 거즈, 수유등 대신 휴대폰조명, 목욕통 대신 싱크대 등등..


 어떤가? 신생아 키우느라 밤잠 설치고 피곤에 쩌든 생활 한 번 안 해본 티가 나지 않는가. 엄마들이 이 모든 육아템을 강추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고 생활의 질을 높여 준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는 그저 미니멀리스트 육아를 해보고 싶을 뿐이다.


 출산 후, 정말 이 물건들이 주는 혜택 없이 잘 버텼는지, 혹은 얼마나 터무니없는 도전이었는지, 결국 플라스틱 세상과 타협했는지 되돌아보면 재밌을 거 같다.


  쿠팡 장바구니에 한가득 쌓아 대기 중이지만 나의 도전에 (아직) 크게 토 달지 않 맥시멀리스트 남편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출처 :

 - 칼비테의 자녀 교육법

 - 첫 1년 움직임의 비밀

 - 삐뽀삐뽀 119 소아과

 - 삐뽀삐뽀 우리 아가 모유 먹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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