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GU Mar 09. 2020

플리마켓의 도시, 치앙마이

놓치면 안 될 치앙마이 플리마켓 모음

 나는 개인의 취향이 담긴 어떤 것을 좋아한다. 사회에 휩쓸려 개인의 존재는 먼지 같다고 느낄 때면 나는 종종 주인의 개성이 담긴 개인 카페나 편집숍을 들르거나 인테리어 SNS에 들어가 개인의 취향을 훔쳐본다. 그러면 사회는 어쩌면 개인의 합일 지도 모른다는 안도감이 든다. 또 내가 하는 어떤 일이 부디 보잘 것 있기를 바라는 게 그다지 어리석은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플리마켓이나 작은 디자인 샵을 좋아한다. 특히 귀여운 소품,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쓰잘데기 없는 물건에는 사족을 못써서, 여행을 가면 관광지나 맛집은 포기할지언정 디자인 샵에 들려 쇼핑을 하곤 한다. 

이런 내게 태국, 치앙마이는 최종 보스 같은 여행지였다. 치앙마이와 빠이에서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회사 동료가 들려준 주말 마켓 때문이었다.


맛있고 저렴한 음식, 커피 산지인 탓에 크레마 잔뜩 신선한 커피를 내오는 분위기 좋은 카페들, 방콕보다 더 싼 (그러나 퀄리티는 못지않은) 마사지샵들, 괜찮은 인터넷 속도, 저렴하지만 좋은 숙소... 치앙마이는 여행해야 할 이유를 나열하기에도 벅찰 만큼 매력이 넘치는 도시지만, 나를 사로잡은 것은 '플리마켓'이었다.

 

실제로 치앙마이에는, 우리나라 홍익대학교처럼 미대가 유명한 치앙마이대학 때문인지 예술가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들이 연 소규모 장터도 많고 독특한 디자인 샵도 많다. 또 예술가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마을도 존재한다. 


따라서 나처럼 쓸 데 없지만 예쁜 것을 사모으며 소소한 행복의 누적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치앙마이를 여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시 전체가 플리마켓과 같고, 게다가 맛 좋은 음식과 마사지, 커피까지 함께하니 너도나도 치앙마이로 한달살이를 떠나는 것이 십분 이해 간다. 그러나 짧은 휴가 기간을 가진 보통의 한국 사람을 위해서는 치앙마이 플리마켓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액기스가 필요하다. 나 역시 그러했고, 포털 사이트를 탈탈 뒤져서  보통의 한국 여행자가 방문하면 좋을 플리마켓들을 정리해봤다. 


그 유명한 선데이 마켓을 제외한. 물론 선데이 마켓에서는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크다. 그렇지만 더운 나라에서 사람 땀내와 열기가 느껴지는, 출근길 지하철 같은 인구 밀도의 고통이 내게는 참을 수 없는 리스크로 다가왔다. 또 선데이 마켓 정보는 조금만 찾아보면 수도 없이 나올 정도로 많으니 굳이 소개하진 않겠다.


참고로 치앙마이의 플리마켓은 대부분 일요일에 열리는데, 선데이 마켓 외에도 다양한 규모의 플리마켓이 있으니 꼭 주말을 끼고 여행을 가야 한다.



1.  러스틱 마켓 (rustic market 또는 Jing Jai Market)

 

 핸드메이드 옷, 빈티지 그릇, 가방, 소품뿐만 아니라 직접 구운 프랑스 빵이나 태국 음식 등 다양한 음식 또 야외 공연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볼거리, 먹거리, 쇼핑 모두 만족하는 플리마켓이다. 선데이 마켓의 어마어마한 인파와 규모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러스틱 마켓만 들려보는 것도 좋다. 자고로 여행을 가서는 여유로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나는 선데이 마켓보다 러스틱 마켓이 훨씬 좋았다.

 

오전 7시에 열린다는 플리마켓 페이스북 페이지의 안내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러스틱 마켓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의 유일한 현대식 쇼핑몰인 마야 몰에서 그랩을 타고 가면 30분 내외로 소요된다. 러스틱이 아닌 jingjai market으로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일요일 아침, 새가 지저귀는 공원에서 고소한 빵 냄새와 함께 열리는 이 플리마켓은 여유와 평화 그 자체이다. 한쪽에는 기타 소리와 함께 치앙마이 소녀의 맑은 노랫소리가 들린다. 공원 중앙의 평상에 앉아 플리마켓에서 파는 다양한 먹거리를 먹노라면 마치 소풍을 온 것 같다.


바로 옆에 징 짜이 파머스 마켓이라고, 주로 로컬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재료와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시장도 존재하니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싱그러운 새소리와 어울리는 통기타, 소녀의 맑은 음성
다양한 먹거리 그리고 러스틱 마켓의 트레이드 마크, 핸드드립 커피 아저씨
시원한 소재의 다양한 원피스류
너무나 탐났던 빈티지 접시들. 괜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러스틱 마켓의 또 다른 핫플. 서양인 파티시에가 열심히 판매하고 있던 빵가게.
이 간판이 보이면 맞게 찾아온 것


일요일 오전에는 러스틱 마켓이, 토요일 오전에는 하비 마켓이 열리는데 러스틱 마켓이 조금 더 규모가 크다.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을 방문해볼 것. https://www.jingjaimarketchiangmai.com/ 




2. 참차마켓 (CHAMCHA MARKET)


 아래 소개할, 유명한 예술가 마을 반캉왓 못지않게 최근 뜨고 있는 것이 이 참차마켓이다. 치앙마이 외곽 싼캄팽 지역에 위치한 이 마켓은 올드타운에서 그랩으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다. 주변에 '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이라는 로컬 맛집이 있으니 같이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이 참차마켓 역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한다.


규모가 작은 참차마켓은 마켓 말고도 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까지 가는 푸른 천막 길을 따라 쭉 개인 편집샵이 존재하니, 꼭 방문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 마켓과 개인 편집샵은 모두 방목형으로 운영되는 듯, 집요하게 쫓아다니지 않으니 내 내성적 쇼핑 습관에 딱 알맞다. 주변에 수박색 잔디를 노 다니는 나비를 많이 보았는데, 마치 이 나비 같은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 곳의 개인 편집샵 중 천연염료로 염색한다는 곳에 들러 원피스를 하나 구매했다. 시원한 소재에 몸을 드러내 주지 않는 실루엣이 맘에 들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종종 꺼내 입는 중이다.


그랩카에서 내리면 왼편에 마켓을 알리는 대나무 입구와 직접 손으로 그려 넣은 마을 안내도를 볼 수 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마켓이 펼쳐지는 데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아침을 깨우는 듯한 커피 냄새이다. 마켓 안에는 수제 잼이나 수제 음료, 반찬 외 옷과 화분, 그림 등을 판매한다. 

치앙마이에는 좋은 날씨 탓인지 싱싱한 식물을 몹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데, 가능하다면 집으로 모두 들고 오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났다. 흑.


쾌청한 날씨 그리고 참차 마켓의 트레이드 마크, 피자 버스
참차 마켓의 이미지를 모두 설명해놓는 듯한 편집숍 간판. 
천연염료로 염색한 옷을 파는 편집숍. 여기서 원피스를 구매했다.
천막 길 아래로 식물 디피 완벽한 다양한 샵이 존재한다.

미나 라이스 베이스드 퀴진에 들어서면, 늘 그렇다는 듯이 대기가 있는데 예약도 받는 듯 하니 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냥 방문했고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뒀는데 식당이 무척 커서 30분 내로 들어갔다. 또 식당 옆에 라탄 제품을 파는 편집숍도 존재하니 꼭 들러볼 것. 다른 마켓에서는 구할 수 없는 독특한 제품들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참차 마켓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면, 아래 페이스북 링크를 방문하면 좋다. 참차 마켓이 러스틱 마켓이나 반캉왓 보다는 국내에는 아직 덜 알려져 있어 정보가 없는데, 가장 평화롭고 눈 호강했던 곳을 고르라면 나는 이 참차마켓을 고르겠다. 

https://www.facebook.com/ChamchaMarket/

   


3. 반캉왓, 예술가 마을


짧은 치앙마이 근교 여행하면 이 '반캉왓'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한국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너프 포 라이프' 민박집이 꽤나 유명했고 이제는 망원동에 자리를 잡은 '금붕어 식당'의 시초도 이 반캉왓 마을이라, 한국에서는 꽤 유명세가 있다. 


일요일마다 플리마켓이 열리는데, 나는 평일에 방문을 했다. 평일에도 반캉왓 마을에 있는 편집숍은 영업을 하니 좀 더 한가로운 마을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평일 방문도 추천한다. 마켓이 열리는 주말에는 형형색색의 파라솔 때문에 한가로운 마을 풍경을 담기가 힘들다고 한다.


듣던 대로 반캉왓 마을은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이 즐비해있었다. 또 실제 예술가가 작업하는 모습 역시 볼 수 있다. 아마도 작업실 겸 숍으로 사용 중인 것 같았다. 이너프 포 라이프 숍에도 다양한 빈티지 식기류를 판매하니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은 망울 꽃이 그려진 딥블루 색 작은 접시를 하나 구매했다. 


이 반캉왓은 오전 11시부터 18시까지 여는 숍이 대부분이며, 월요일은 휴무하는 곳이 많다. 또 올드타운 기준 차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반캉왓 입구


반캉왓 마을 메인. 주말에는 공연도 한다고.
반캉왓의 다양한 가게들
다양한 체험도 준비되어있다.
반캉왓 뒷골목을 쏘다니 던 닭과 병아리들.

반캉왓 마을 내부에는 커피와 음식을 파는 가게도 존재하고 근처에 '란딘 치앙마이'라는 로컬들에게도 유명한 카페가 있으니 들려볼 것을 추천한다. (이 란딘 차잉마이 카페가 있는 곳에는 유명한 음식점 및 카페가 대여섯 개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그 유명한 No.39 카페 역시 반캉왓 근처.)


역시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첨부한다.

https://www.facebook.com/Baankangwat/





이 외에도 일본인이 운영하는 펭귄 카페와 기념품 숍이 유명한 '펭귄 빌리지'와 반캉왓 근처 들려보면 좋을 '페이퍼 스푼' 등 다양한 편집숍이 존재한다. 이런 치앙마이는 내게 도시 전체가 플리마켓인 곳이다.

그래서 치앙마이에서는 우붓의 이너피스 분위기 덕분에 발휘되지 못했던 물욕이 맘껏 날뛰어서, 캐리어 짐이 한껏 불어났다.


물론 방콕의 대단한 쇼핑몰들 내 입점해있는 디자이너 샵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퀄리티지만 나는 다달이 월 급여를 쪼개 사는 사회인으로서 치앙마이 쇼핑이 훨씬 편안한 기분이었다. 물론 방콕의 것들보다 무엇이든 저렴해서 그런 것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개인의 손 떼 묻은 작은 코끼리 인형을 살 때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작은 울림이 있었다. 


그 코끼리 인형은 내 여행 사물함 (주로 여행지에서 산 조잡한 소품을 모아놓는 곳)에 가장 앞자리에 진열되어있다. 그를 볼 때마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손 바느질로 코끼리 인형을 만드는 여자를 생각하며, 우주에서 보면 먼지처럼 작아 보여서 보이지도 않을 내가 만드는 이 인생도 역시 누군가에게는 울림을 줄 수 있으리라 위로해본다. 


나처럼 개인의 삶에 위로를 얻고싶은 이가 있다면 쇼핑을 위해 치앙마이를 방문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