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아름다운 두 마을 - 허우통, 우라이
서울을 떠나 타이베이로, 도시에서 도시로의 이동이 여행 같게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번잡한 타이베이의 평일에 구불구불한 아스팔트 도로를 걷고 있노라면, 또다시 일과 삶에 대한 번뇌가 찾아 온다.
이래서는 여행 온 기분이 없잖아!-라고 느끼게 될 때, 방문하면 좋을 대만의 한적한 두 마을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고양이로 유명한 '허우통'과 온천으로 유명한 '우라이이'다. (여유하면 고양이랑 온천이지!)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에서 핑시선 기차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고양이 마을 허우통에 도착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역 내부에 할 일없이 놀고 있는 고양이들을 볼 수 있다. 곳곳에 고양이 밥이 놓여있고 녀석들은 한가롭게 쏘다니며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내 다리 근처에서 애교를 부린다. 사람에 익숙한 고양이들이었다.
버려진 탄광 마을에 고양이들이 모여 살면서 유명해졌다는 허우통. 허우통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허우통의 고양이들은 대부분 통통한데, 통통한 고양이들처럼 사람들도 서두르지 않는다.
허우통은 고양이들 외에도 자연경관이 멋진 마을이었다. 대만의 산들은 가파르고 웅장한 느낌이었는데, 허우통을 둘러싸고 있는 산 역시 그랬다. 비 오는 날 허우통을 방문한다면, 산 이슬내음도 같이 즐길 수 있다.
허우통은 산책하기 좋게 잘 꾸며져 있는 마을이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들과 함께 여유로운 산책의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허우통을 꼭 방문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우나 속을 걷는 것 같은 고온 속 타이베이 메인스테이션 역에서 849번 버스를 타고 우라이로 향했다. 849번 버스는 다양한 역을 지나치지만 출발역인 메인스테이션에서 타는 것이 가장 좋다. 우라이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 산 길인데, 종점인 메인스테이션에서 타지 않으면 앉아갈 확률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앉아서 가지 못한다면, 849번 버스는 지옥이다...
849번 버스를 타고 1시간 내외를 달리면, 옥빛의 강이 흐르는 우라이에 도달한다.
붉은 다리를 건너고 나면 우라이의 시장이 펼쳐진다. 우라이에서 유명한 멧돼지 고기, 멧돼지 꼬치와 함께 망고를 비롯한 열대과일들과 길거리 음식을 판다. 짭짤한 멧돼지 꼬치는 먹어볼 만 하다.
대만을 방문한 나의 목적은 약 70퍼센트 정도 우라이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었다. 우라이에는 객실마다 온천이 마련된 호텔이 많기 때문에, 가벼운 온천욕을 잠시 즐기기보다는 우라이에서 하루 묵는 것을 추천한다.
우라이에서 묵었던 '명월호텔'은 정말 최고였다.
가격도 합리적인데, 1박에 10만 원 정도이고 대만 가정식으로 석식과 다음날 아침이 제공된다. 객실마다 설치된 편백나무 온천탕은 창을 열면 우라이의 풍경이 보인다. 우라이의 풍경을 감상하며 개운해지는 편백향과 함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말씀. 이용해 보지는 않았으나 숙소에 마련된 대중탕도 들어갈 수 있다. (목욕권을 2장 준다.) 침구류도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을 주며, 잘 말린 섬유 냄새가 나는 가벼운 이불과 푹신한 침대는 온천욕 뒤 노곤해진 몸을 아낌없이 받아준다.
우라이 명월 호텔의 식사는 가정식으로 담백하고 정갈하며 정직한 맛이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식사하니 더욱 맛있었는지도.
우라이에 왔다면 들러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꼬마 기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리조트가 바로 그것이다. 우라이의 가파른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이 리조트는 아름답게 잘 꾸며놓았는데, 무료로 들어갈 수 있으니 꼭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케이블카 비용이 좀 있는데, 경치 값과 분위기 치고는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계곡 물에 발을 담그자 덥고 습한 7월이 냉큼 물러섰다. 찌르릉- 하는 벌레소리와 물 흐르는 청량한 소리만 들렸다. 공기는 맑고 개운했으며 물 속을 노니는 물고기들은 여유로웠다.
리조트 뒤쪽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기구와 카페, 맥주 펍이 마련되어있다. 저녁 6시 무렵엔 닫으니 자연 속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싶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그 외에 흑조와 오리,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 내려올 때는 꼬마기차가 이미 끊긴 뒤라 천천히 걸어서 내려왔다. 꼬마기차는 꽤 일찍 끊기니 꼬마기차를 타고 편하게 내려오고 싶다면 주의해야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호로요이 (대만에서는 호로요이를 많이 판다.)와 망고 등 간식거리를 샀다. 온천욕을 하며 호로요이를 홀짝인 뒤 푹 잠들었다. 우라이의 울창한 산 속 만큼이나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관광지 스팟을 쏘다니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 긴 호흡으로 사람을 떠나 보는 여행도 좋아한다면, 허우통과 우라이를 강추한다. 두 곳 모두 한적한 곳이라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었다.